룸메이트(RoomMate) 제 2 권 ''''“왜? 그래서 해주 씨한테 무슨 일이 일어났는데?”'길고 긴 얘기가 계속되는 동안, 하영은 도대체 그런 두 사람, 아니 세 사람에 과연 무슨 일이 생겼을까 하는 궁금증에 눈이 반쯤 풀린 그를 쉴 새 없이 재촉했다. '그러나,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반쯤 풀린 눈과 혀 꼬인 발음으로 주저리주저리 과거 얘기를 늘어놓던 휘겸이 그만 술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탁자 위로 머리를 박고 쓰러졌다. '“야, 괜찮아?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된 건데!”'정작 휘겸이 머리를 찧었단 사실보다 뒷얘기가 궁금한 하영은, 술에 골아 떨어져 있는 그를 무작정 흔들었다. 그러나 한 번 잠이 들어버린 휘겸은 엎드린 채 좀처럼 깰 줄을 몰랐고, 급기야는 코까지 골기 시작했다.'“뭐야, 그래서 어떻게 됐다는 거야.”'마음 같아서는 뺨이라도 쳐 깨운 다음에 해주라는 여자가 어떻게 되었는지 묻고픈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아무래도 기회는 다음으로 넘겨야 할 것 같았다. 뭐 사실, 그녀에 관한 얘기라면 휘겸보다 민준이 더 잘 알 테지만 말이다. '여하튼 해주에 대한 얘기에는 단념하게 된 하영에게는 또 다른 문제가 닥쳐 있었다.'그것은 바로 휘겸을 어떻게 데리고 가야 하냐는 것이었다. '자신의 키도 백칠십삼 센티미터로 여자치곤 작은 편이 아니었지만, 그는 백팔십육 센티미터나 되니 부축하기엔 나름대로의 문제가 여실하게 드러났다. 그렇다고 술에 떡이 된 녀석을 놓고 갈 수도 없으니 어쩌란 말인가. '더군다나 그녀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을 때 그가 안전하게 집까지 바래다 준 전력이 있으니 버리고 갔다가는 무슨 원망을 들을지 모를 일이었다.'“강휘겸, 좀 일어나 봐. 야!”'“크응.”'“어이! 강휘겸!”'일단은 깨워보고자 시도를 해보았지만, 한 번 잠이 든 그는 좀처럼 일어날 줄을 몰랐고 하영은 어쩔 수 없이 그의 팔 밑으로 고개를 들이 밀었다.'그런데 그 때.'“허억!”'자는 와중에도 반사적인 방어태세가 나오는 건지, 얼굴을 들이밀자마자 누가 공격하기라도 할 줄 알았던지 그의 팔이 저절로 움츠려 든 것이었다. '“야, 야!”'급기야 하영은 휘겸에게 헤드락을 당한 꼴이 되어 버렸지만, 자의도 아니고 잠꼬대거나 방어 본능이니 때릴 수도 없고 참으로 난감한 노릇이었다. '결국 하영은 어쩔 수 없는 임시방편으로 옆구리를 꽈악 꼬집었고, 그가 윽 하며 반쯤 일어나자 그제야 그녀도 그의 팔을 붙들고 일어섰다.'“으쌰!”'이를 악물고 부축하며 일어선 하영은 후들거리는 두 다리를 열심히 옮기며 그를 데리고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말 이 자식, 술을 먹은건지 아니면 술이 그를 먹은 건지 한 걸음을 가는 것조차 힘이 들었다. '그렇게 술집을 나와 낑낑대며 반쯤 가던 도중의 일이었다. '갑자기 술에 취해 몸을 못 가누던 휘겸이 하영의 가슴 쪽으로 화악 얼굴을 들이미는 것이었다. '“엄마야!”'덕분에 그의 얼굴이 그녀의 가슴에 정면으로 꽂히고 말았다. 물론 압박붕대를 하고 있긴 했지만, 하영은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느끼며 소스라치게 놀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