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술은 사람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기분 좋게 시작한 술 한 잔으로 평생 지울 수 없는 끔찍한 악몽과 악연을 만들기도 하는 법이다. 그날도 그랬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성욱 선배 초대로 간 술자리에서 백조은은 한잔 두잔 받아 마시던 술이 어느새 그녀의 주량을 넘어서 정신이 오락가락했고, 제대로 걸음조차 걸을 수가 없었다. '“어이, 백조! 많이 취했어?”'눈이 계속 까무룩 감기는 조은이 걱정이 되었는지,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었는지 한 남자가 조은의 얼굴 앞에서 손을 두어 번 흔들어 그녀의 상태를 파악하려 했다. 조은은 그래도 아직 정신이 끊기지 않은 터라, 눈앞에서 왔다 갔다 하는 남자의 손을 덥석 잡은 채 방긋 웃어주었다. 아직까지 끄떡없으니 걱정 말라며.'“성욱아, 아무래도 네 후배 많이 취한 것 같다. 돌려보내야 할 것 같은데?”'또 다른 남자의 목소리가 조은의 귀에서 파리새끼처럼 윙윙 울렸다. 그녀는 게슴츠레 뜬 눈을 돌려 성욱 선배와 함께 온, 자신을 박욱한이라 소개한 남자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나, 아직까지 끄떡없어요!”'“아유, 술 한두 번 마시니? 조금 있으면 취기 올라와서 정신 더 없어질 거야. 내가 데려다 줄게. 집도 같은 방향이라고 들었는데 굳이 성욱이가 아니라도 상관은 없지?”'무거운 눈꺼풀을 억지스레 뜨려 안간 힘을 쓰고 있는 조은을 일으키며 욱한이 말하였다. 그의 말에 성욱은 그래 주면 고맙고. 라는 말을 뒤로 그에게 찡긋 윙크를 했지만, 조은은 벌써 주량을 넘어선 터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들이 주고 받는 의미심장한 눈인사조차 알아차리지 못하고 욱한이란 남자가 이끄는 대로 조은은 자신의 몸을 맡겼다.'이 남자가 우리 집을 알까? 주소 말해줘야 하는데……. 남자의 부축을 받아 차에 올라타면서 집 주소를 웅얼거리려 했지만 그녀는 밀려오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눈을 감아버렸다. '차갑다. 아프다. 그리고 힘들다. '조은을 깨운 건 바로 이 세 가지 감각이었다. '“헉…… 헉…… 깼냐?”'“누구? 욱한이 오빠?”'“마, 말 시키지마. 헉…… 하아…….”'욱한의 신음 소리와 들썩임이 무엇을 뜻하는지 체 깨닫기도 전에 조은은 아래에서 느껴지는 아릿한 통증에 시선이 절로 아래로 향했다. 아, 아, 이럴 수가! 뜨고 있던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그러나, 조은은 다시 눈을 떠야만 했다. 차가운 공기에 오슬오슬 떨려오는 등의 감촉이 이상하여 눈을 떠 주위를 살펴보니, 그곳은 그녀의 집 앞에 있는 놀이터였다. 그렇게 조은은 만취한 상태로 자신의 집 앞 놀이터에서 오늘 처음 만난 박욱한이란 남자와 관계를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