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너를 담은 내 가슴에 (상처를 비우고)''''짝!'사납게 후려갈기는 손바닥 소리와 함께 유화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너 이 자식! 어디 두고 봐, 내가 기필코 갚아 줄 테니까!”'예상치 못한 따귀 세례에 뺨을 내어준 유화는 화끈거리는 통증을 감싸며 눈앞에서 으르렁대는 여자를 쳐다보았다.'“왜? 내가 못할 것 같아? 변호사? 변호사는 돈 되는 일이면 뭐든 하나 보지? 이런 쓰레기에, 말미잘에, 개망나니 같은 자식아! 내가 당신 친동생이라고 생각해 봐! 그래도 돈 되는 일이면 뭐든 할래? 어? 말해 봐, 말해 보라고!”'여자의 폭언이 끝없이 이어지자, 유화는 입가에 어이없는 웃음을 담고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유리애 씨, 진정하시죠.”'“웃어? 웃음이 나와? 당신 덕분에 나만 망신당했는데 웃어? 뭐어, 확실한 증거가 없어? 남의 젖가슴 실컷 주물러놓고 사랑해서라고 둘러대면 끝이냐? 이야, 남잔 좋겠다. 여자들 젖가슴 실컷 주물거리고 ‘사랑했어요.’ 한마디면 끝나는 거니까. 안 그래? 그럼 난? 변태한테 사랑받아서 감지덕지 해줘야 하는 건가?”'따지고 드는 리애를 쳐다보며 실소를 머금던 유화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유화는 아까부터 제 분을 못 이겨 잡아먹을 듯 덤벼드는 그녀에게 다시 한 번 못 박듯 입을 열었다.'“다음부턴 충분한 증거를 제시한 뒤에 억울함을 호소하시죠. 여경준 씨는 만취한 유리애 씨를 부축해준 죄밖에 없다고 이미 판결이 났잖습니까? 판결문을 다시 읊어드려야겠습니까?”'“이것 봐요, 잘나신 변호사님! 만취상태가 아니었다고 말했잖아! 내가 이번 일 때문에 얼마나 피해를 본 줄 알아? 사내 게시판은 이번 사건 때문에 이미 떠들썩해졌고, 회사에 가면 다들 손가락질을 하면서 뒷말을 수군댄다고! 이런 일이 생기면 왜 여자들만 상처 떠안고 밥숟가락까지 놔야 하는 건데? 어?”'“그 문제는 유리애 씨 회사 사장님과 해결해야 할 문제 같군요. 사장님과는 애인 사이가 되시는 걸로 아는데, 대화로 잘 해결해 보시죠.”'“이…… 이!” '갖은 인상을 써대는 리애의 표정을 관찰하듯 쳐다보던 유화가 또 한 번 피식 웃었다. 그의 미소에 비위가 상했는지, 분노한 그녀의 눈동자가 이글거리며 당장에라도 그를 불태워버릴 듯이 쏘아보았다. 한참을 노려보던 리애는 눈동자를 굴리며 그의 행색을 훑었다.'“당신같이 능력 좋은 변호사가 있어서 범죄자들은 참 좋겠어.”'“칭찬으로 새기겠습니다.”'그녀의 눈빛을 고스란히 받아치며 여유 있는 미소까지 보이는 진유화라는 남자. 짙은 눈썹 아래 박힌 쌍꺼풀 없는 큰 눈에서 강렬한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그의 눈빛에 잠시 주춤하던 리애는 입술을 잘근 깨물며 작은 주먹을 꼭 말아 쥐었다.'‘그래, 두고 봐! 날 희롱한 여경준 그 자식과 함께 언젠가는 당신에게 오늘에 대한 앙갚음을 10배, 100배로 돌려주겠어!’'유화가 서 있는 책상 앞으로 한 발짝 내디딘 리애는 자신의 키보다 훨씬 큰 그를 올려다보며 흰자위가 보이도록 눈을 까뒤집었다.'“인간적으로 당신, 저엉말 재수 없어!”'다소 유치한 언행으로 인신공격을 하는 리애를 보며 그는 또 한 번 피식 웃어넘겼다.'저 마음에 들지 않는 웃음. 사람을 비웃듯 눈을 아래로 내려 깐 눈웃음. 그의 비소에 화답하듯 충분한 경고를 하기 위해 입을 열려는 찰나, 유화의 방에서 들리는 소란에 득달같이 달려온 사무장이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