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박윤재  나이는 계란 한판을 앞두고 있는 29살.'요즘 들어 부쩍 많이 느끼고 있다. 29년 동안 난 뭘 하고 지낸 걸까? 참 허송세월 많이 보냈다 싶을 정도로 해 놓은 게 하나도 없다.'제기랄. 입에서 매일 욕지거리가 올라오는 것 같다.   '솔직히 난 그리 못난 얼굴은 아니다. 다들 한 번씩 흘깃거리며 쳐다 봐 주는 정도의 얼굴이다. 하지만 엄마 말대로 성질은 더럽다, 못됐다. 엄마의 말을 빌리면 어떻게 저런 게 내 뱃속에서 나왔지, 가끔 농담조로 말씀 하시곤 했다. 우리 식구들 중 난 내가 생각해도 좀 이상하긴 하다.   '20살이 되던 해 난 대학을 입학했다. 공부도 이래저래 중간은 한 거 같다. 그래서 원하는 대학도 한 번에 붙었다. 거기까지 좋았다. 근데 일 년을 다니다 말고 무슨 바람이 분 건지 -그때 큰 사건이 날 뒤흔들었던 거 같다. -그림 공부를 하고 싶다고 학교에 자퇴서를 내 버렸다. 그냥 화나고 짜증나고 다 싫었다. 거기서부터 내 인생은 꼬인 거 같다. 학교를 그만두고 죽어라 엄마한테 욕을 먹고 언니한테도 욕을 먹고, 평생을 먹어야 하는 욕을 아마 그때 다 먹은 거 같을 정도로 욕을 먹었다. 그리고 또 일 년을 미친년처럼 정신없이 미술학원을 다니며 그림을 배웠다. 그리고 정말 운 좋게 합격을 했다. -정말 그런 거 보면 억세게 운 좋은 듯한 느낌을 조금 아주 조금 느끼긴 했었다. 내 생각엔 그림 실력이 아니라 공부 즉 수능 점수가 좀 더 차지하지 않았나 싶다.-'그렇게 했지만 끝내는 한국에 있기 싫은 맘 때문에 광고 공부를 핑계 삼아 일본에 가서 공부한다고 선언을 해 버렸다. 솔직히 그때를 생각해 보면 머리가 또 터질 듯 아파 온다.'죽어도 안 된다는 엄마의 말을 무시한 채 아빠에게만 허락을 얻고 일본으로 떠났다. 딱 학비만 받는 조건으로…….'궁리 끝에 택한 선택이었다. 벗어나고 싶었다. 한국의 생활이 힘들고 지치고 그냥 싫었다. 나에 대해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벗어나고 싶었었다. 그 당시엔…….'정말 다행하게도 일본어는 잘하는 수준이라서 별 걱정을 안 했다. 어려운 편입도 생각보다 수월하게 이루어졌다. 하지만 학비 외에 생활비를 벌어 써야 하는 게 흠이라 좀 힘들게 아르바이트를 하며 일본에서 학교를 마쳤다.'단지 벗어나고 싶다던 생각만 가득 찬 머리 때문에 난 일본에 가서 좀 고생하며 공부했다. '솔직히 내 자신이지만 한편으론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을 하곤 교수님의 추천으로 작은 광고회사에 취직도 했다. 하지만 지랄 맞은 성질 탓에 상사와 한 판 붙고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 버렸다. '그렇게 죽어도 오기 싫었던 한국으로 난 다시 돌아왔다. 부모님께는 한국이 그리워 다시 돌아왔다는 말을 했다. 상사와 싸워서 그만뒀다는 걸 엄마가 알게 된다면 난 아마 집에 들어가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게 6개월 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