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아침까지 멀쩡하게 맑던 하늘에 오후가 접어들면서 어느새 먹구름을 몰고 오기 시작했다. '미처 비를 예상하지 못한 사람들은 점점 묵직하게 변해가는 구름을 불안하게 올려다보더니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건물들 사이로 종종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하늘 높이 길게 뻗은 아파트 뒤로 점점 검게 변해가고 있는 짙은 먹구름이 연기처럼 가득 피어오르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하늘 위로 천천히 번지기 시작하던 먹구름은 높게 뻗은 아파트 위를 뒤덮기 시작했다. 보는 자체만으로도 깨끗하게 만들어버렸던 흰 구름들이 거짓말처럼 검게 물들이기 시작했다.'한참을 먹구름만 몰고 다니던 하늘은 어느새 소용돌이치듯 휘몰아치는 회색구름으로 뒤바뀌더니 도시 전체는 거대한 그림자로 금세 드리워졌다. 음산함을 풍기는 하늘뿐만 아니라 주위를 묵직하게 내리누르는 축축한 공기가 곧 폭우를 동반하며 비가 내릴 것을 경고하고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종종 걸음을 걷던 사람들의 발걸음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하나 둘씩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이어 멀리서 짐승이 으르렁거리는 듯한 소리가 울리는가 싶더니 언제 다가온 것인지 확연히 가까워진 천둥소리가 하늘 위로 낮게 굴러갔다. 하나 둘 점을 그리며 바닥에 떨어지던 빗줄기는 순식간에 점점 바닥에 점을 그리는 횟수가 늘어나는가 싶더니 어느새 걷잡을 수 없을 만큼의 빗줄기가 하늘에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사람들의 불평 섞인 소리가 들리고 우산을 미처 가지고 오지 않은 사람들이 두 팔을 머리 위에 서둘러 올리며 바쁘게 물방울을 여기저기 튀기며 분주하게 뛰어가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비를 조금이라도 덜 맞기 위해 분주히 오고가는 사람들 틈 사이로 중학생 쯤으로 보이는 한 소년이 사람들 사이로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정신없이 비를 피해 뛰어가도 옷이 젖을게 분명한데 그 소년은 오히려 비를 맞기로 작정한 듯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을 뿐이었다. 준수한 소년의 얼굴 어디에도 갑작스러운 비로 인해 당황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많은 비로 인해 뿌옇게 흐려져 버린 세상이 소년의 어둡게 내려앉은 눈빛과 어울렸다. '하얀 얼굴 위로 쉴 틈 없이 흘러내린 빗물이 마치 소년의 잔뜩 흐려진 눈빛 사이로 흘러내린 눈물과 같아서 소년의 옆으로 바쁘게 뛰어가는 사람들의 스친 얼굴 사이로 의아함이 스쳐 지나갔다.'또다시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천둥소리가 이어지고 곧바로 검은 구름 사이로 은빛 번개가 작렬했다. 그래서 그런지 유독 분주하게 뛰어가는 사람들 중 눈에 띄던 소년의 윤곽이 그 짧은 순간 확연히 드러났다.'아니나 다를까.'소년은 ……울고 있었다. '소년은 정말이지 비와 함께 울고 있는 듯 했다. 눈물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을 뚫고 지나가는 소년은 절망적인 얼굴로 사람들을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