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사한 햇살에 눈을 찡그린 잔설이 몸을 딛고 있던 나뭇가지에서 날갯짓을 했다. 소리 없이 하늘로 오르는 눈발을 바라보던 새들의 입에서 경탄을 담은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하늘은 난다고는 하지만 결코 닿아본 적 없는 더 높은 곳을 향한 경이이자 부러움이었다. 오랜만에 찾아든 따뜻한 바람에 몸을 움츠린 겨울나무가 크게 기지개를 켜자, 돌아갈 곳을 향해 돋움 발을 하고 있던 잔설들이 일제히 날개를 달기 시작했다.'투명한 이슬처럼 혹은 자취 없는 바람처럼 하늘로 오르는 눈발들을 향해 새들이 손을 흔들어 주었다. 천천히 나무를 비껴선 햇살이 닿은 곳은 젖혀진 커튼 사이로 단란한 가족의 아침을 담아낸 너른 창문이었다.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국그릇을 손에 든 키가 큰 여자의 얼굴에 부딪친 햇살이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다. 바람에게 소문을 들어 알고 있는 이름이었다. 슈퍼 모델 차 완경. 하늘 아래 가장 아름답다는 찬사를 들어온 자신이지만, 햇빛은 이 아침 자신의 미모에 필적할 만한 이를 만난 것 같아, 괜스레 가슴이 설렜다.'“오늘은 꼭 봄날 같네. 그렇죠?”'여느 날처럼 아침식탁을 차린 완경이 신문을 보고 있는 아버지 철승에게 물었다.'“다 차린 게냐?”'일찍이 새벽장사를 마치고 들어온 철승에겐 그깟 따뜻한 날씨보다는 든든한 밥 냄새가 훨씬 반갑게 느껴졌다.'“아버지, 무척 시장 하셨나 보네. 먼저 드세요.”'“얘들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들 안 내려오는 거야.”'힐끔 마루를 내다본 철승이 이내 숟가락을 들고 시원한 된장 국물을 입에 떠 넣었다.'“아빠, 편히 주무셨어요?”'타월을 머리에 두른 수경이 대뜸 철승의 뺨에 입을 맞추었다.'“이 녀석이!”'“에이, 아빠도 좋으면서.”'아닌 게 아니라 철승의 눈엔 귀염성으로 똘똘 뭉친 막내딸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났다.'“와, 언니가 다 한 거야?”'“Wait!”'양 손을 번쩍 든 완경이 젓가락을 집어 드는 수경에게 눈짓을 해 보였다.'“쩝, 늦었는데…….”'구시렁대며 자리에서 일어서려던 수경의 귀에 반가운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원 세상이 어떻게 되려는지…….”'순모가 카디건의 깃을 여미며 자리에 앉자, 세 부녀의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생긴 건 곱상하게 생겨가지고 뉘 집 딸인지, 쯧쯧.”'“누구 얘길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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