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우리 어디 가는 거야?”'평소 같으면 잠자리에 들었을 시간인 밤 9시 엄마는 언니 희주를 앞세우고 희원의 손을 잡고는 한 손에 커다란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섰다. 오래된 아파트 상가에서 작은 슈퍼를 하는 아빠는 아직도 가게에 있을 시간이었다. '“엄마 우리 어디 가는데?”'한 살 위인 언니가 묻자 엄마는 고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할머니 집에 가는 거야.”'“할머니 집? 이야, 신난다.”'열한 살 희주와 열 살 희원은 할머니 집에 간다는 말에 깡충거리며 좋아했다.'“근데 학교는?”'희주가 물었다. 방학도 아니고 토요일도 아닌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엄마가 선생님께 전화했어.”'고개를 끄덕이던 희원이 입을 열었다.'“엄마, 그럼 우리 언제 집에 와?”'그러나 엄마는 말없이 웃어주기만 했다.'“오래 기다렸어요?”'골목길을 지나 어둑한 도로로 들어서자 한 남자가 다가와 엄마의 손에 들린 가방을 받아들었고 엄마는 그를 향해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어? 아저씨.”'“안녕하세요.”'희주와 희원은 아빠의 가게가 있는 상가에서 비디오가게를 하는 남자를 알아보고 꾸벅 인사를 했고 그는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차 문을 열어주었다.'“어서 타거라.”'“아저씨가 태워다 주는 거예요?”'“고맙습니다.”'인사를 한 희주와 희원이 뒷좌석에 오르자 남자는 트렁크에 가방을 싣고 엄마에게 조수석 문을 열어주었다. 엄마가 차에 오르자 운전석에 올라 시동을 걸고 차를 출발시켰다. '“졸리면 자.”'출발한 지 30분도 되지 않아 눈에 잠이 가득한 아이들에게 엄마는 웃으며 자라고 했고 희주와 희원은 시트에 푹 파묻혀 졸기 시작했다.'“애들 잠들었어?”'“그런 것 같아.”'“그냥 집에다 두자니까 뭐 하러 힘들게 천안까지 데려다 준다고 그래?”'“자기는 애 엄마가 애를 챙기겠지만 얘들은 누가 챙기겠어? 차라리 제 할머니 집 앞에라도 두고 가야 내 마음이 조금 편할 것 같아서 그래.”'“알았어. 자긴 안 피곤해? 좀 자둬.”'“운전하는 자기가 피곤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