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 >'''『 　어느 스님은' 달도 안 기다리고' 돌아갔노라 　　』''“상감마마께오서 동궁마마의 침전에 납시었다 하옵니다.”'“응? 그걸 왜 이제야 말해주는 게야? 나도 가봐야 하는 것 아니니?”'“아니옵니다. 마마. 주상전하께서 불시에 동궁마마를 보려 불시에 걸음하셨다 합니다. 동온돌에서도 얼마 후에 돌아가셨다합니다.”'아란은 시부가 친히 오셨다는 소식에 당황하여 일어서다가 한숨을 쉬면서 다시 자리에 앉았다. 앉아서 먹던 꿀떡을 마저 집어먹으면서 손가락에 묻은 고소한 참기름을 쪽쪽 빨아먹는데 유월이 책망한다.'“마마! 제발 손으로 음식 좀 자시지 마셔요!”'유월의 얼굴이 울상이 되면서 명주 수건을 아란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볼 한쪽에 떡을 몰고 우물거리면서 생글거리고 웃는 아란이다.'“히히히. 너무 맛나서 그렇지. 김 나인아. 자, 너도 먹어보련? 응?”'“아휴. 저는 되었습니다! 마마께서는 지금 목구멍으로 떡이 넘어가십니까?”'“응. 난 술술 잘만 넘어가는데? 이히히.”'그러면서 이번엔 젓가락을 들어 알록달록한 꿀떡 하나를 들어 조그마한 입안에 쏘옥 집어넣는다. 유월의 표정이 ‘저 분을 어찌하누’라고 말하고 있다.'부용정에서 치우에게 엄한 일을 당한 뒤, 아란은 날개가 갈기갈기 찢겨진 새처럼 울었다. 그 모습이 하도 처참하여 유월은 내심 아란이 잘못된 마음이라도 먹을까 걱정하여 그녀에게서 긴장을 한시도 늦추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꼬박 하루를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사람처럼 자고 일어나더니 걱정하던 것이 허탈할 정도로 금세 또 저렇게 잘 웃고 잘 먹는 아란이다. 일개 나인인 유월이가 봐도 아란의 상황이 저렇게 멀쩡하게 웃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 말이다.'아란의 남편이라는 세자마마는 금슬이 그리도 좋았다던 전처를 죽였다는 소문이 파다한 자인데다 그 아름답다는 이 상궁을 아끼면서도 자주 찾지는 않는 요상한 사내였다. 게다가 무섭게 협박을 해댈 때면 마치 피에 굶주린 야차 같았다. 그 뿐인가. 아란이 제 마음에 들게 굴지 않는다고 한낮의 부용정에서 그런 몹쓸 짓을 저질러 궁궐 전체에 아란을 욕보였다. '그런데 당사자는 저렇게 무방비상태로 웃고 있으니…….'유월은 아란의 얼굴을 보니 가슴이 턱턱 막혀서 쥐어뜯고만 싶었다.'아란은 하루 푹 자고 일어난 이후로 모든 일을 잊어먹은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던 것이다. '“마마.”'유월이가 한없이 걱정스럽고 안쓰럽다는 눈으로 아란에게 말을 걸었다.'“쇤네가 걱정이 되어 일부러 그리 밝게 계시는 거라면 제발 그리하지 마시오소서.”'아란이 천진한 눈으로 유월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내가 뭘? 그런 거 아니다. 걱정하지 말어.”'“마마. 참말이시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