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0. 프롤로그 ''''“권 팀장님, 이번 주 새로 가입한 회원 명단입니다.”'“그래? 어디 좀 줘봐.”'서류철을 넘기는 은소가 한 장 한 장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었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소영이 은소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핏기가 다 드러나도록 투명한 은소의 두 뺨이 피곤에 지친 듯 평소와 다르게 푸석거려 보였다. 그녀는 립글로스만 살짝 바른 입술을 조금씩 움직이며 소영이 건네 준 서류내용을 하나씩 확인해 가고 있었다. 한참을 유심히 살펴보던 은소가 마지막 장을 넘기며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소영은 은소의 입가에 번지는 옅은 미소를 보며 살짝 웃음을 지었다. '“왜 그렇게 쳐다 봐?”'“……아뇨. 요즘 무슨 일 있으신가 해서요.”'“무슨 일? 왜?”'“얼굴이 좀 안 좋아 보여서요. 어디 아프신 건 아니죠?”'은소가 살짝 눈웃음을 지었다. 같은 여자가 보더라도 참 싱그러운 웃음이었다. '“아픈 데는 없어. 나야 직원들이 사고만 치지 않으면 걱정할 일도 없는 사람이고.”'“미연 씨 말이군요.”'웃음기를 지운 소영의 입가가 삐죽 올라갔다. 커플매니저의 기본조차도 지키지 못한 직원 하나 때문에 은소가 힘들어 하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미 사장님도 덮어두라 말씀하셨고, 덕분에 없었던 일처럼 넘어간 일일 뿐이었다.'“그만 두게 하라는 지시가 떨어졌어.”'“예?”'소영의 목소리가 당황함을 안고 흘러나왔다. '“그렇게 하래. 위에서 내려온 지시야.”'“사장님께서 그냥 덮어 두라고 하셨잖아요.”'한숨을 내쉬며 말하는 은소를 보며 소영이 놀란 눈으로 물었다.'“그랬었지. 그런데 피해를 입은 회원이 가만 안 있겠다고 사장님을 협박했었나봐. 나도 어제 갑자기 전화로 들었어.”'“그럼 어제 결정난 일이에요?”'“응.”'은소가 작은 몸짓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한잠도 못 주무신 거구요?”'은소가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잘못한 거 인정은 하지만 미연 씨도 딱하잖아. 그 남자랑 잘된 것도 아니고 그 쪽이랑도 헤어졌는데 직장까지 이렇게 잃어버리고 나면…….”'자신을 그렇게 곤란하게 만들어 놓은 사람을 걱정하는 은소를 보며 소영은 퉁명스런 목소리로 미연을 원망하기 시작했다.'“자업자득이죠. 그러게 자기가 연결해 줘야할 커플을 왜 깨느냐구요. 중간에 가로챌 게 따로 있지. 남자회원 배경보고 혹 한 거잖아요 미연 씨도.”'은소가 한숨을 쉬며 이마를 찌푸렸다. 그녀의 가는 손가락이 앞으로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단아하고 동그란 이마가 드러났다.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덮으면서 긴 한숨을 내쉬자 소영이 그런 은소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팀장님이 결정하신 것도 아닌데 뭘 그렇게 미안해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