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꼴이 왜 그 모양이야?”'자신도 모르게 말을 뱉은 낙원이 입술을 깨물었다. 좀 천천히, 조심스럽게 꺼낼 생각이었는데 며칠을 꼬박 굶은 것이 분명한 야윈 얼굴을 보자 더 이상 참기가 힘들었다. '“왜 온 건지부터…… 대답해.”'“별 뜻 없어, 그냥…… 은퇴했다는 기사를 봤을 뿐이야.”'“…….”'“왜 그랬어? 좋아했잖아.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게 배구였잖아.”'“……널 제외한 것들 중에서 말하는 거라면, 그래. 맞아.”'단태의 눈이 질책하듯 낙원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 시선을 그녀는 회피해버렸다. 왜 말이 이딴 식으로 밖엔 나오지 않는 건지 저주스럽다. 아직도 그에게 그녀 스스로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앙금이 남아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러다 무심결에 시선을 돌리던 낙원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가늘게 떠는 손. 운동 때문에 마디가 굵은 그 손이 미세하지만 확연히 눈에 띌 만큼 떨리고 있었다. 낙원의 시선을 느꼈는지 단태가 서둘러 손을 식탁 아래로 내렸다.'“……손이 왜 그래.”'“신경 쓰지 마.”'“신경 안 쓰게 생겼어? 손이 왜 그러냐고!”'“……진짜 알려줘?”'그건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언제부터 단태가 자신을 저런 표정으로 보게 된 건지 낙원은 알 수 없었다. 다만 변해버린 그가 낯설고 또……왠지 아팠다. 긍정의 대답도, 부정의 대답도 하지 못하는 낙원을 보며 단태가 허리를 곧추세웠다. 그리곤 아래로 내렸던 두 손을 다시 들어 팔꿈치를 테이블에 댄 후 서로 깍지를 꼈다. 그 손에 턱을 살짝 기댄 채 흔들림 없는 눈으로 단태가 낙원을 응시했다.'“널 죽일 뻔 한 손이라 그런가 봐. 벌 받은 거지.”'낙원이 기대고 있던 조리대의 난간을 세게 붙잡았다. 그렇지 않으면 당장 바닥에 주저앉게 될 것 같았다. 기대, 라는 단어 자체가 우습지만 자신이 기대했던 단태는 어디에도 없다. 하긴, 그가 자신이 기대하는 모습 그대로였더라도 변하는 건 없었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 그에게 걸 기대가 자신에게 남아있긴 했었나. 그러니까, 여기 온 것부터가 실수였다. 무모하고 멍청했다.'“……그만 갈게.”'“왜?”'단태가 어느새 낙원의 앞을 막아섰다. 방금 전의 생기 없던 사람과 동일인물이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움직임이었다. 갑자기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단태 때문에 놀란 낙원이 숨을 크게 들이켰다. 당황한 낙원이 횡설수설 변명과도 같은 말을 늘어놓았다.'“오는 게 아니었어, 내가……실수 했어. TV에서 네 모습이 너무……안 좋아서, 생각 없이……. 미안해. 나 그만…….”'“아니, 미안해 할 것 없어.”'“……한단태.”'“예상했어. 그 기사를 보면 네가 찾아올 거라고.”'아래를 향했던 낙원의 시선이 단태의 얼굴을 향했다. 그래서 저렇게 덤덤할 수 있는 걸까. 더 이상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다시 떠오르기 시작하는 고통스러운 기억이 스멀스멀 자신의 뇌를 갉아먹는 느낌이었다. 눈을 질끈 감은 낙원이 단태의 몸을 살짝 밀고 주방을 빠져나갔다. 그러나 신발장에 채 닿기도 전에 자신의 손목을 쥔 단태 때문에 낙원은 그 자리에 우뚝 서야만 했다. '“네가 오면,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궁금하지 않아?”'“……궁금하지 않아. 그러니까 이 손…….”'“돌아오라고 하려고 했어.”'“……한단태.”'“예전처럼 착하고 멍청해 빠진 한단태로 돌아가서.”'단태가 이를 악물고 얘기하는 걸 낙원은 느낄 수 있었다. 뒤로 돌아서서 단태의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로 붙잡힌 손목을 빼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단태의 손은 점점 더 세게 그녀를 옥죌 뿐이다. 이미 하얗게 질린 손은 어떤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단태는 아랑곳 않고 얘기를 계속한다.'“그런데 지금 보니까 알 것 같네. 아…… 내가 아무리 착해지려고 노력해도 서낙원은 돌아오지 않겠구나.”'“……놔.”'“이미 오래 전에 알아버렸잖아, 너도. 내가 얼마나 쓰레기 같은 새낀지.”'“그만 해.”'“그러니까 노력 같은 건 소용없는 거지.”'“놔!”'“어차피 네가 생각하는 난 착한 척하는 위선자일 뿐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