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노래''''에스트론 백작가.'스피렌 왕국의 에스트론 백작가는 유서 깊은 가문이다. 그만큼 역사도 오래되었고 스피렌 왕국 창건 때 많은 공을 세웠다 하여 백작 가문이 되었다. 한때는 많은 이들의 칭송도 받았던 백작가 이지만 지금 백작가가 위치하고 있는 에스트론 성은 백성들에게 저주의 대상일 뿐이었다.'어떻게 하면 저런 방을 만들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백작가가 머무는 성은 화려했으며 그만큼 성 안 주민들의 삶은 피폐했다. 하지만 도저히 에스트론 백작가가 살고 있다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낡은 방문이 보였다. 기껏해야 일을 하는 고용인들이나 사용할까 싶을 정도로 허름해 보이는 방 안은 방문보다 훨씬 심했다.'아주 허름한 것은 아니지만 어마어마한 재력으로 만들어 놓은 성은 일종의 보석 궁과 같았고 이런 곳은 곳간만도 못한 곳이었다.'방 안은 대체적으로 어두웠다. 다른 방이나 복도들이 보석들로 번쩍이는 것에 비하여 이방 안은 어두웠다. 등불이 있기는 했지만 방 안의 분위기 때문인지 더욱 어두워 보였다. 디자인을 바꾼 지가 오래 되었는지 낡은 침대에 한 여인이 누워 있었다. 불빛에 언뜻 드러나는 얼굴만 보아도 그녀의 병색이 깊다는 것은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엄마.”'그 앞 의자에 앉아 있는 소녀가 나지막하게 엄마를 불러 보았다. 이제는 병세가 너무나도 깊어 눈을 뜨고 있는 시간도 거의 없는 엄마였다. 그런 엄마에게 아무도 신경써주지 않았고 단 한번도 의원을 부르지 못했다. 아직 어린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간호밖에 없었다.'그런 소녀의 애절한 목소리를 들었을까? 도저히 떠질 것 같지 않던 여인의 눈꺼풀이 들어 올려 졌다.'“세레니아.”'“엄마, 정신이 들어요? 세레니아에요.”'희미하게 자신을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에 세레니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엄마를 응시했다. 삼일만이었다. 삼일동안 누워서 소리 한번 내지 못하던 엄마가 드디어 깨어났던 것이다.'“엄마 괜찮아? 내가 내일 영주님께 말해볼게요. 그러니까 조금만 참아, 응?”'두 눈망울에 눈물을 가득 담고 이야기 하는 딸의 말에 젤라는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이미 자신의 몸을 잘 알고 있는 그녀였다. 그리고 딸의 말이 얼마나 가능성 없는 이야기인 줄도 알고 있었다.'“우리딸 미안. 이렇게 우리 딸 힘들게 하고.”'온 힘을 다해 젤라는 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은은하게 빛나는 은빛 머리카락이었다. 살랑거리며 흔들리는 머리카락은 우아하게 굽실거렸고, 신비로운 보랏빛 눈동자에 가득한 눈물은 누구의 마음이라도 사로잡을 만큼 매혹적이었다. 그녀는 아직 일곱 살밖에 되지 않은 딸의 이런 외모가 걱정스러웠다.'아이의 이름은 세레니아 폰 에스트론.'에스트론 백작가의 딸이었다. 하지만 백작에게 겨우 사정해 태어났을 때 이름만을 백작가로 올려놓았을 뿐인 그냥 여자아이였다. 딸을 낳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 자신에게 흥미가 없어진 백작은 곧 자신과 딸을 잊어버렸고 그렇게 칠년이 흘렀다. 아버지가 백작이지만 여태껏 단 한번도 이야기하거나 만난 적도 없었고 겨우 성에서만 기거하고 있는 모녀였다. 그런 모녀였기에 오히려 본부인의 미움만 사서 이리 힘든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