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병신도 급수가 있다?''''“새로 온 파출부야?”'건방지고 오만하기 짝이 없는 표정과 말투로 실눈을 뜨고서 자신의 모습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어보는 남자를 보며 캔디는 기함했다. 아무리 색이 다 빠진 오래된 청바지에 목이 늘어난 면 티셔츠를 입고 왔다지만 파출부라니.'‘내가 어딜 봐서 파출부야, 이 호랑말코 같은 자식아!’'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캔디는 꾹 참았다. '이제 더 이상 그녀를 받아주는 일자리도 없었고, 집세는 벌써 세 달이나 밀려 있었다. 이번 달까지 집세를 내지 않으면 경찰이라도 불러서 강제 퇴거시키겠다는 중국인 집주인 챙을 떠올리는 캔디의 얼굴이 일그러졌다.'‘착한 내가 참는다. 바다같이 넓은 마음으로 널 이해해주도록 하마.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그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어. 집안 꼴을 보아하니 저 남자가 그렇게 생각한 것도 무리는 아니야.’'평소 같으면 따귀라도 올려 부치고 난 후에 거하게 욕을 퍼붓고 나서 자리를 뜨겠지만, 캔디는 여러 사정으로 인해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현재 캔디가 서 있는 집 안은 밖에서 보았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미국의 중산층 가족들이 살 법한 하얀색 페인트칠이 되어 있는 적당한 크기의 집은, 밖에서 봤을 때는 휘파람이 나올 정도였다. 캔디가 살고 있는 곳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집이기에. '하지만 내부는 깔끔한 성격의 캔디가 혀를 차게 만들었다. 거실은 쓰레기장이라고 불려도 무방해 보였다.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맥주 캔들과 벌레들을 불러들이는 과자 부스러기. 원래는 하얀색이었을 벽지는 담배를 얼마나 피워댔는지 누렇게 변색되어 있었다. '‘좀 치우고 살지. 쯧! 벌레들의 천국이겠구만.’'마침 그때 거실을 빙 둘러보던 캔디의 눈에 포착된 생물체가 있었으니. 바로 한국에서는 매우 유명하다는 새끼 손가락만한 바퀴벌레였다. '여러 날 음식 찌꺼기를 제대로 먹었는지 살이 불어날 대로 불어난 바퀴벌레가 움직이지도 않고 벽 중간에 딱 붙어 편안하게 쉬고 있었다. '캔디는 씨익 사악한 미소를 짓고 난 후에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아무리 살이 쪘다지만 가끔 비행도 하는 바퀴벌레기에 섣불리 잡으려고 했다가는 놓칠 것이 분명했다.'두 남자가 대화를 중단하고 캔디를 쳐다보았지만 지금 그녀의 눈에 보이는 건 오로지 살이 오른 바퀴벌레뿐이었다. 캔디는 조심스럽게 걸어가 웬만한 여자보다 큰 손을 들어서 강한 힘으로 바퀴벌레의 몸을 눌렀다.'팍! 찍.'바퀴벌레의 몸이 터지는 소리에 만족스러운 듯 눈을 반달 모양으로 만드는 캔디지만, 그녀를 지켜보던 두 남자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경악했다.'“쓰레기통 어디 있어요?”'손바닥에 바퀴벌레 시체를 떡 하니 붙이고 쓰레기통을 찾으며 다가오는 캔디 때문에 소파에서 일어난 두 남자 중에 한 명이 소리를 질렀다.'“그, 그걸 집 안에다 버리겠다고? 밖에다 버려!”'“이 집 안에 이런 게 적어도 백 마리는 있을 텐데, 뭘 그렇게 과민반응이에요? 웃겨, 정말.”'자신이 한 말에 두 남자가 얼어붙은 채로 집 안을 정신없이 둘러보고 있든 말든, 캔디는 현관문을 열고 나가서 철제 원형 쓰레기통에 바퀴벌레를 버리고 손을 털었다.'“소독 한 번 진하게 해야겠네. 벌써 새끼 많이 깠을 텐데.”'중얼거리며 집 안으로 들어온 캔디는 소파에 앉지도 못한 채로 어정쩡하게 서 있는 두 남자를 발견하고 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오, 오지 마! 가서 손 닦아! 화장실로 가지 말고 주방에 가서 세제로 닦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