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인천 국제공항 대합실.'방학을 맞아 해외로 가족여행을 가는 인파가 부쩍 늘어 대합실 안은 초만원을 이루고 있었다. 불경기라는 말이 일상화된 요즘이지만, 이곳은 그 말의 진의를 무색하게 했다. '북적이는 인파 속에서 중년 부부가 시간을 체크하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삶의 여유가 묻어나는 두 사람의 발밑엔 어른의 여행 가방이라고 하기엔 너무 간소한 배낭 하나가 놓여 있었다. 한국은 지금 추운 날씨가 한창 위세를 떨치는 겨울임을 감안할 때, 가벼운 여행 가방은 그들이 추위를 피해 따뜻한 곳을 찾아가는 철새족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하기에 충분했다.'누구를 기다리는 것일까. 여자가 연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초조해했다. 손목시계를 바라보던 남자의 얼굴에도 서서히 그림자가 드리워졌다.'비상등을 켠 택시 한 대가 대합실 입구에 급정거했다. 스키드 마크를 만들 만큼의 난폭한 운전에 사람들은 바쁜 걸음을 잠시 멈추고 눈살을 찌푸렸다. '곧이어 택시에서 여자아이 하나가 내렸다. 요금을 던지다시피 기사에게 내민 아이는, 거스름돈을 챙기는 기사의 행동을 뒤로하고 대합실로 뛰어갔다. 졸지에 몇 천 원의 공돈이 생긴 기사는 사람들의 비난 섞인 시선을 뻔뻔하게 맞받으며 사라져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좇았다. '아이는 오늘 그의 첫손님이었다. 차안에서 어찌나 시계를 바라보며 초조해하던지, 운전석의 그가 다 불안할 지경이었다. 아직 어린 티를 벗지 않은 모습에 그가 나이를 묻자 중학교 졸업반이라 답한 아이는, 외교관으로 근무하는 삼촌을 만나러 외국으로 가는 길이라고 했다. '또래 아이들이 그렇듯 두 눈 가득 호기심을 품은 그 아이는, 먼 여행길을 떠나기 전에 오랜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친구 집에서 묵고 바로 공항으로 향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간밤에 내린 폭설에 공항까지의 교통이 수월하지 않을 거란 것이었다. 택시 안에서 연신 울려대는 그녀의 핸드폰은 미리 공항에 도착한 부모님의 초조한 심정을 대변해 주었다. '미끄러운 노면에 그렇지 않아도 서행일 수밖에 없는 가운데, 영종대교가 끝날 무렵 사고차량의 견인까지 겹쳐 그곳을 어렵게 빠져 나온 택시는 말 그대로 총알처럼 달려야 했다. 주먹만 한 얼굴을 한 아이가 유난히 큰 두 눈에 간절한 소망을 담아 그를 바라 볼 때엔 택시의 뒤꽁무니에 경찰차 서너 대를 따라 붙여도 아쉬울 게 없을 것 같았다. '계속 들어오는 뒤차의 행렬에 다시 운전석에 오른 남자는 저만치 입국 손님을 맞는 택시 대기 줄에 차량을 붙이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막 이륙하여 바퀴를 접는 비행기가 남자의 시야에 잡혔다. '어딘가로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커다란 물체가 굉음을 내며 목적지를 향해 날아오르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경이로웠다. 남자는 점점 줄어드는 대기 순에 따라 차량을 앞으로 이동시키며 인상적이었던 그의 첫 손님의 여행길이 무탈하기를 빌었다.'수아는 정신없이 뛰었다. 간혹 피하지 못하고 부딪히는 사람들에게 사과의 말도 전하지 못할 정도로 급했다. 때맞춰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 출국 게이트에 있다는 엄마의 설명에 따라 숨이 턱에 차도록 달렸다. 그녀가 지나가고 난 후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무언가에 홀린 듯 자신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는 것을 수아는 알지 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