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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칼의 연인>

진하련.

SBSN 방송국 다큐멘터리 피디. 열 아홉 얼음으로 뒤덮인 바이칼 호수에서 눈꽃처럼 아름다운 한 소년을 만났다.

겨울의 바이칼 호수처럼 투명하고 차가운 눈동자에 사로잡힌 채 그녀는 성인이 되었다.

그를 다시 만났을 때, 다시 사랑할 수 밖에 없었다. 운명처럼 그렇게!

선우현.

얼음 꽃을 마음에 품은 그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내였다.

새하얀 설원같은 심장에 그녀의 발자국을 새기고 그녀가 자신에게 오길 기다렸다.

- 본문 중에서-

눈꽃이 날렸다.

2월의 교정은 한적했다. 밤새 내린 눈으로 인해 운동장은 온통 흰색이었다.

마치, 드넓은 설원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하련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바로 바이칼 호수에 가고 싶었다.

시베리아 남동쪽에 위치한 세상에서 가장 오래되었고 수많은 전설과 사연이 있는 그 호수에 가고 싶었다.

5년 전 아버지가 보내 온 한 장의 사진으로 인해 하련의 꿈은 정해졌던 것이다.

온 세상이 온통 눈과 얼음으로 가득한 그 호수 중앙에 서서 사진작가인 아버지가 느꼈을 자연의 장엄함을 만끽하고 싶었다.

차가운 얼음이 되어 버린 겨울의 바이칼 호수에 투영된 코발트 빛 하늘의 중심에 서서 그 아름다움을 눈에 아니,

자신의 카메라 렌즈에 오롯이 담고 싶었다.

하련은 지금 3년 동안 자신의 쉼터였던 벚나무 아래 서 있었다.

자신이 이곳을 떠나고 얼마 후면, 눈꽃은 사라지고 이 눈꽃보다 화사하고 아름다운 벚꽃이 필 것이다.

하련은 손을 뻗어 눈꽃을 만져 보았다.

차가운 눈의 결정이 하련의 가늘고 창백한 손에서 스르르 녹아 없어졌다.

“눈꽃은 아름답지만, 허망하지!”

그였다. 선우현. 그의 목소리에 하련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고갤 들자, 그가 어느새 자신의 곁에 서 있었다.

- 미리보기-

“진하련, 나의 앙가라가 되어 줄래? 이번 생엔 내가 널 기다릴게. 네가 천년을 기다렸듯, 난 천년을 넘어 더 오랜 시간 너만 사랑할게. 그러니 나랑 결혼해 줄래?”

하련이 현을 바라보았다. 아니었다. 지난 생에서도 기다린 건 앙가라가 아닌 그였다.

앙가라는 아버지 바이칼에 의해 목을 꿰뚫린 채 그에게 갈 수 없어 그저 눈물만 흘렸었다.

하지만 그가 천년 동안 앙가라의 눈물이 자신에게 닿을 때까지 기다려 준 것이었다. 변치 않는 사랑으로 말이다.

하련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현이 하련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 주었다.

그리곤, 하련을 강하게 끌어안고는 뜨겁게 키스했다. 천년이 흘러, 오늘에 이르러서야 두 사람의 사랑이 이루어진 것이다.

하련은 그제야, 현의 품에서 온전히 행복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