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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미래인 여자, 채윤
그녀의 꿈인 남자, 형주.
씨실과 날실을 엮어 짠 인그레이의 서늘함을 닮은 사랑.

혹시 모르겠다, 윤아. 그늘진 눈 속에서 혼자 울고 있던 너를 잊을 수 있었다면,
바들바들 떨면서도 모질게 입술을 물던 너를 잊을 수 있었다면, 내 우연은 우연으로 놔뒀을까?
아니다. 결코 그건 아니다. 그조차 내가 만든 필연인 것을 나는 알고 있으니까.

“아니요!”
그녀가 큰소리로 외쳤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돌아볼 정도로 큰 소리였다. 동시에 형주의 눈빛이 반짝 빛을 내며 진해진 시선은 그녀에게 흔들림 없이 고정됐다. 어느 때보다 생기가 넘치는 머루같이 검은 눈망울에 그의 가슴이 설렜다.
“내가 찾았어요. 이번엔, 이번엔 당신을 내가 찾았어요. 보고 싶었거든요. 많이……, 죽을 만큼 많이 보고 싶었어요. 당신 기다리던 하루하루가 너무 길어서 나, 미칠 것 같았어요.”
그녀의 다급한 목소리가 그를 막아섰다. 숨은 가빴고 파리한 입술은 덜덜 떨었지만, 채윤은 어느 때보다 힘이 넘쳤고 뜨거웠다. 그 만큼 형주의 가슴도 벅차게 뛰었다.
“그래. 보고 싶어 나도 미칠 것 같았다.”

무엇이 이보다 따뜻할까.
세상의 모든 것은 오로지 이 사람에게서 기인했다.
그래서 채윤에게는 잠들었다 생각하는 순간에도 문득 문득 슬픔이 스며들었다.
그의 숨이 되고 싶고, 그의 심장이 되어 그렇게 그 안에서 숨 쉬고 싶었다.

“고마워요. 나 사랑해 줘서……, 당신 만나게 해 줘서. 그리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내 곁에 있어 줘서.”
“나도 고마워. 네가 내게 와 줘서.”
“기다려줘요. 나도 당신 곁에 당당히 설 수 있을 때까지만.”

“그리고 가질 거다. 당신 내 여자니까.”
폭주할 것 같은 욕심을 간신히 억누르고 그는 입술에 마음을 담았다.
“정말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