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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마음을 이끌고 집 안으로 들어선 선호는 소파에 누운 채 곤히 잠든 다정을 볼 수 있었다. 모포 귀퉁이를 꼭 쥔 채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도 편안해 보였다.
털썩 바닥에 주저앉은 그는 천진하기까지 한 다정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까맣고 짙은 속눈썹과 발그레한 뺨, 그리고 앙증맞을 정도로 도톰한 입술을 담고 있는 말간 얼굴이 무척이나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몸도, 마음도 한없이 지친 자신에게 다정이 가져다주는 편안함이 좋았다.
선호는 물밀듯 수시로 엄습해 오는 왕성한 호기심과 사랑은 별개라고 생각했다. 섹스에 대한 호기심은 당연 황홀한 여체를 상상하게 만들었고, 어딘가에 있을지 모를 아름다운 여자를 상상하게 만들었다. 처음 보는 순간, 󰡐이 여자다!󰡑 하는 느낌을 갖게 해줄.
하지만 상상이란, 이상형이란, 현실 너머에 있는 신기루 같은 것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런 편안함과 결코 맞바꿀 수 없는.
곤히 잠든 얼굴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편안해질 수 있는 상대라면, 아직 서툴긴 하지만 사랑을 말해도 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선호는 조심조심 다정의 손을 잡았다. 보드라운 살갗이 너무도 따스했다. 마른 입술을 혀로 축인 그는 누가 볼세라 얼른 다정의 뺨에 입을 맞추었다.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가 귀에 들리는 것만 같았다.
󰡐다정아, 이런 게 좋아하는 거 맞지?󰡑
가쁜 숨을 참아가며 선호는 발그레한 다정의 입술에 살며시 입을 맞추었다.
꿈속에서라도 그녀와 키스하는 상상을 해본 적 없던 선호에게, 우발적인 도둑 키스는 표현 못할 달콤함을 맛보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