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한 욕심인 걸 알아.
무모한 도전인 걸 알아.
알고 또 알고 뼛속 깊이 알아도 포기할 수 없어.”
그녀는 그를 맹목적으로 사랑한다.
그녀에게 그는 유일한 남자이고 운명이다.
그는 그녀를 지켜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그에게 그녀는 감추고 싶은 치부이자 아픔이다.
“넌 항상 내가 아닌 다른 곳을 보고 웃지.
네 미소를 지겹게 갈망하는 내 마음을 모르고.”
오래도록 침묵한 사랑.
긴 침묵의 절개를 깨트리기 위해 그녀가 도발한다.
어설프고 엉성하지만,
나름 도도하고 섹시한 암고양이처럼!
<본문 중에서>
“자신 있어? 널 사랑하지 않은 나와 같이 살 자신.”
“노력하려고요. 오빠가 날 사랑하도록.”
“불가능해 보인다면.”
“앞글자 하나만 떼면 가능해 보인다가 돼요.”
찻잔을 앞에 두고 양손을 곱게 맞잡은 수빈은 당돌하지만 정중한 말씨로 또박또박 대꾸했다. 어디에서도 기죽지 않은 특유의 도도함이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
불현듯 수빈이 눈을 크게 뜨며 평정을 잃었다. 하얗게 바랜 눈빛으로 규현을 바라보고 울먹거리는 것처럼 입술을 전율했다.
놀란 수빈을 관조하는 규현은 슬며시 입꼬리를 비틀고 한쪽 눈썹을 곧추세웠다. 상대적인 두 사람의 눈빛이 중앙에서 불꽃을 튀겼다. 그 아래 규현의 손이 수빈의 손을 빈틈없이 감싸고 있었다.
규현은 안색이 서늘히 식어가는 수빈을 놓아줄 마음이 없어 보였다. 그녀의 손과 눈동자를 얽어맨 채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규현의 돌발 행동에 일침처럼 이성이 어두워진 수빈은 입 안을 깨물며 오한이 든 양 오들오들 떨리는 손을 휙 잡아챘다. 덥석 붙잡았던 손이 도망치는 것을 보고 규현이 픽 웃었다.
“이러면서 나와 살 자신이 있어? 손을 잡는 것조차 견디지 못하면서?”
“놀라서……그런 거예요. 상의도 없이 갑자기 잡으신 거잖아요.”
난감하게 변명한 수빈은 두 주먹을 가슴 앞으로 불끈 말아 쥐고 있었다. 공격태세를 갖춘 고양이 같은 모습이었다. 입술에 조소를 머금은 규현이 예리하게 지적했다.
“손 한 번 잡자고 상의하고 허락받는 부부들도 있나?”
“그건……당황해서 말을 잘못한 거예요. 정정할게요. 너무 놀라서 그랬어요.”
황급히 상황을 수습한 수빈은 냉소가 어린 규현의 눈동자에 대고 정작 본인의 가슴을 할퀴는 말을 내뱉었다.
“싫어서가 아니에요. 싫은 건 도리어 오빠겠죠. 오빠야말로 나한테 손대기 싫잖아요.”
“싫다기보다는 감흥이 없지. 친구의 동생일 뿐이니까. 결혼을 하더라도 일곱 살로 보이는 꼬마와 뭘 할 수 있을지 의문이야.”
자세를 바로잡으며 팔짱을 낀 규현은 현실을 신랄하게 꼬집었다. 재빨리 눈을 피할 것이라 여겼던 수빈이 강단진 표정으로 그의 말을 받아쳤다.
“이 세상에 유방이 달린 꼬마는 없어요. 적어도 일곱 살짜리는.”
얼굴이 빨개질 만큼 민망한 소리를 그녀는 눈썹 하나 까닥하지 않고 해댔다. 마른 코웃음을 친 규현이 자연스레 시선을 미끄러뜨렸다. 그의 눈길이 움직이는 것을 본 수빈이 음산히 입을 달싹였다.
“그렇다고 확인하지 마요. 창피하니까.”
“큼.”
자신의 행동을 뒤늦게 깨달은 규현이 헛기침을 뱉으며 눈동자를 원위치시켰다. 입꼬리를 말아 올리고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하여튼, 내가 널 성인으로 보긴 어려울 거 같다. 설령 유방이 생겼다고 해도.”
“오빠의 한마디 한마디가 유방 달린 내 가슴을 찢어놓고 있어요. 잔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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