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날, 폭탄 같은 부모님의 명령에 결혼상대를 구하기 위해 떠난 여행길에서 민진우, 그녀는 시골 촌구석의 자동차 정비공 김운을 본 순간 한눈에 반하고 말았다. 짐승돌에게만 있는 줄 알았던 초콜릿 복근과 단단해 보이는 근육질 덩어리의 몸은 그녀를 유혹하기 충분했고 그를 갖기 위해서 그녀는 늘 스스로를 무장하던 이성 따위는 던져 버렸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아버지로부터 도망쳐 숨어든 삼촌의 정비소. 자신을 정비공으로 알고도 기꺼이 육탄 공세를 아끼지 않는 이상한 서울여자 민진우를 어떻게 해야 할지……. 석해운, 그에게는 그녀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 애써야 하는 여름이 너무 길었다.

이미 운명으로 묶여버린 그들이 벌이는 열정적인 여름 로맨스. 당신도 이런 여름애인이 갖고 싶지 않은가요?


-본문 중에서-


“어딘지 궁금하지 않아?”
“어딘데요?”
“내 은신처야. 사람들로부터 도망쳐야 하는 순간이 오면 아무도 몰래 혼자 숨어드는 곳. 이곳이라면 우리 둘이 서로를 가지느라 반쯤 미쳐 있어도 아무도 방해하지 못할 거야. 그만 들어갈까? 이미 난 더 이상 기다리고 있을 수 없을 것 같아. 자아, 만져봐. 당신이 날 어떻게 만들었는지.”
“…….”
그에게서 전해지는 욕망의 덩어리가 그녀의 목소리를 앗아가 버린 것인지 대답조차 할 수 없었다. 그가 그녀의 손을 붙잡아 이끌고 간 곳에는 머리를 치켜들고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버티고 선 그의 몸이 있었다. 라이딩을 하고 오는 동안 이미 극도로 흥분된 상태였음을 보여주는 존재를 확인시켜준 후 그는 그녀의 몸을 단숨에 안아 들고 작은 방갈로 안으로 향했다.
여름이라 더운 열기로 가득한 그곳에 들어서며 그는 희미하게 보이는 어둠속에서 익숙한 듯 뭔가를 찾아 낸 후 몇 번인가 버튼을 불렀다. 그러자 곧 차가운 공기가 방 안을 치고 들어왔고 몇 걸음 더 걸어간 그가 내려놓기 싫다는 듯 그대로 그녀를 안고 침대로 뒹굴었다. 그녀의 등에 닿는 침대매트리스의 감촉과 가슴을 찌부러뜨리는 그의 몸 때문에 영락없이 갇힌 꼴이 된 그녀에게 그의 입술이 쉴 틈도 주지 않고 다시 덤벼들었다.


[미리 보기]


“좋아요. 내 심장을 꺼내 달라는 등의 터무니없는 요구만 아니면…….”
“당신의 여름을 내게 줘.”
“여름을 줘요? 그게 무슨?”
그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여름을 달라니.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는 그녀는 그를 건너볼 뿐이었다.
“처음 내 앞에 나타났을 때 그때 여름휴가를 떠나 왔다고 했지? 휴가지에서 그럴듯한 남자라도 구해볼까 하고 왔다고. 그럴듯한 남자를 만나면 휴가 기간 동안 적당히 즐기려고 했을 것 아냐? 그러니까 올 여름 내내 휴가라고 생각하고 나랑 적당히 즐기자고.”
“그러니까 여름기간 동안만 애인이 되어 달라는 말인가요?”
“굳이 관계를 정의해야 한다면……. 그래. 여름 애인이라고 하면 되겠군. 오늘이 8월 30일이니 정확하게 한 달만 내가 하자는 대로 하면 돼. 9월 30일 자정이 지나면 당신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을 테니까. 당신은 자유고 당신과 당신팀원은 실직자가 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지. 어때?”
그가 말하는 요구가 무엇인지 상세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한 달 반 전. 7월 중순으로 접어들던 그날, 그를 만나 한눈에 반해서 그렇게 그와 깊은 관계를 맺어 버렸던 그때처럼 그렇게 지내자고 말하고 있었다. 그것도 여름이 가기 전까지만. 이제 한 달 남짓 남은 여름기간만 그에게 애인이 되어 주면 서울로, CM으로 돌아가겠다고.
“왜?”
“왜? 글쎄. 그냥 요 근래 같이 잔 여자 중에 당신이 가장 섹시한 여자였다고 하면 이해가 될까?”
“그런 이유로 그렇게까지 가기 싫다던 서울로 돌아간다고요? 내가 가장 섹시한 여자여서?”
“음, 그럼 이렇게 말하면 이해가 될까? 난 아직 당신이란 여자에게 싫증이 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사라져 버려서 당혹스러웠고 시간이 흐르고 난 뒤에도 여전히 내 몸이 당신을 갈구했다고. 그래서 당장 이 갈증을 풀어야 살 것 같은데 당신이란 여자는 이미 아무런 미련 따위 없어 보이니 내 갈증이 풀릴 때까지 당신을 가지기 위해서는 잠시 더 자유롭게 살려고 했던 계획을 수정해야 했을 뿐이라고.”
“자유롭게 살고 싶었을 뿐이라고요?”
“이런 무슨 앵무새도 아니고……. 영원히 당신이 회장님이라 떠받는 내 아버지에게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 정도는 나도 알고 있다고. 단지 조금 더 삼촌 곁에서 마음 편히 살고 싶었을 뿐이야. 그 잠시잠깐을 참지 못해 난리를 떨어댄 것은 당신과 아버지지.”
“…….”
“자, 어때? 내 제안이?”
그의 말처럼 그녀가 거절하지 못할 제안이었다. 너무나 개인적인 관계를 요구하고 있었지만 그녀와 그녀의 팀원들을 위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애인이 되어 준다는 것은 그와 다시 섹스를 해야 한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와 단 며칠 동안 같이 지냈을 뿐인데도 아직 아침이면 그가 곁에 있는 것처럼 느껴져 문득문득 놀라 일어나곤 했다. 밤이면 그가 그리워서 천장벽지에 새겨져 있는 장미 꽃잎을 세고 또 세어야만 잠을 청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한 달씩이나 그와 같이 한다면……. 두려웠다. 그의 말처럼 여름이 지나가고 나면 아무렇지 않게 다시 예전의 민진우로 돌아갈 수 있을지.

현대물 까칠남 상처남 절륜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