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랑 저요.”
“할머니 음식 솜씨 좋으셔?”
“네.”
“혹시 집에 남는 방 있어?”
카페 알바 면접 치고는 이상한 호구조사를 당한 효경.
면접의 당락은 하숙생을 받는 조건?
알바도 구하고 하숙생도 구했는데 낚인 것 같은 이 느낌은 뭐지?
“너는 어떤 남자가 좋아?”
“저는 쌍화탕 같은 남자가 좋아요.”
“쌍화탕 같은 남자는 도대체 어떤 남자냐?”
“비싸고 좋은 약은 아니지만 먹으면 왠지 건강해질 것 같은 약이 쌍화탕이잖아요. 사람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돈이 많고, 능력이 좋지 않아도 함께 있으면 따뜻해지는 그런 사람 말이에요.”
차갑고 냉정하다는 평을 받는 도진과는 정반대의 이상형을 말하는 그녀.
할머니도 아니고 쌍화탕 같은 남자가 좋다니 흥이다!
그런데 효경만 보면 괜히 심술부리고 장난 걸고,
초등학생 남자애나 할 짓을 자꾸만 하는 도진.
내가 서효경한테 반해서 그런 거라고? 남자가 여자를 좋아하는 그런 거?
[본문 내용 중에서]
“전에 있던 아르바이트생 애가 이 시옷 발음이 안 돼서 애먹었거든. 특히 여름이라 아이스 제품이 많이 나가는데 그때마다 손님들이 웃는 바람에 이 녀석이 금방 그만둬 버려서 내가 한참 고생했지.”
“저는 시옷 발음 잘해요.”
“그래? 그럼 그건 통과. 식구가 몇이야?”
“두 명이요.”
“누구누구?”
“할머니랑 저요.”
“할머니 음식 솜씨 좋으셔?”
“뭐, 네…….”
“정말 좋으셔?”
“네.”
“고향이 어디신데?”
“광주요.”
“설마, 경기도 광주는 아니지?”
“전라도 광주인데요.”
“오오! 딱 좋아.”
할머니의 고향이 전라도 광주라는 것이 왜 딱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사장이 좋다니 나쁘지는 않았다. 자신이 면접을 보는지, 할머니 대리로 와 있는지 헷갈릴 지경이지만 어쨌든 효경은 여전히 성실한 태도로 대답했다.
“근데 할머니가 요리를 잘하시는 게 객관적이긴 한 거야? 그냥 네 입에만 맛있는 건 아니고?”
“아닌데요. 우리 할머니 음식 정말 맛있어요. 하숙했던 오빠들이 몇 년 지나도 할머니가 해 준 밥 먹고 싶다고 찾아오고 그래요. 결혼하고 나서 언니랑 애들이랑 같이 오는 오빠들도 있는걸요.”
“하숙? 할머니 하숙하셔?”
“하셨었죠.”
효경의 대답이 떨어지기 무섭게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지은 잘생긴 커피 전문점 사장이 윙 체어에서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집이 어디야?”
“저희 집이요?”
“응. 여기서 멀어?”
“아니요. 이 동네예요.”
“얼마나 걸리는데?”
“걸어서 한 10분?”
“하하하! 이런 인연이 다 있나.”
커피 전문점 사장의 얼굴에 점점 더 미소가 만개했고, 효경은 어쩐지 뒷걸음질을 치고 싶어졌다. 하지만 효경이 한 발을 뒤로 빼기도 전에 사장이 다시 질문을 시작했다.
“혹시 집에 남는 방 있어?”
[프로필]
이희정
8월 23일생.
감정기복이 심한 전형적인 B형.
가슴이 따뜻해지는 사랑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싶은 사람.
출간작
[모전여전] [복남이 이야기] [녹우綠雨] [쎄시봉!] [사랑 뒤의 사랑] [극기에 대한 맹세]
[Till Love] [춘화연애담] [라디오 스캔들] [사돈 對 사돈] [비애妃愛] [교동연가]
[The Moment] [오, 그대는 아름다운 여인!] [애루화] [선남, 선녀] [수작] [햇빛우물]
[아삼삼한 연애] [DITTO 동감] [님아恁我] [사랑한다는 말] [그 사람]
[목차]
01 ~ 13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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