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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성 성주의 막내아들이자 남한성의 소대장인 박유신.
비공식적인 대형 사고를 치고 비공식적인 더 큰 사고를 치기 위해서 공식적으로 가출 했다.
항상 그랬듯이 이번에도 완벽하게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갈 줄 알았다. 하지만 일이 꼬였다. 꼬여도 더럽게 꼬였다.
한나라 황궁. 수시로 죽어나가는 내궁의 보초병과 태자궁의 보초병.
그리고 황태자비가 되기 위해 황태자를 유혹하겠다고 침전에 강제로 들어갔다가 죽거나 쫓겨나는 내궁의 여인들. 황궁은 매일 매순간 살얼음판이다.
그런 황궁에 남녀노소 지위 고하를 가리지 않고 거침없는 언행을 일삼는 ‘미친개’가 나타났다.
#남장녀,
#가출녀,
#내맘대로녀,
#무예녀,
#뻔뻔녀,
#육식녀,
#의리녀,
#집요남,
#황태자남,
#어쩔 수 없이 순결남,
#복수남,
#인내심끝판왕 남,
#식욕전무 남,
#뒤끝작렬 남.
[미리보기]
“전하는 변태가 확실합니다.”
욕조에 걸터앉아 유신을 내려다보고 있던 율이 웃었다. 눈을 감고 누워 있어 자는 줄 알았더니 아니었나 보다.
“변태?”
“다른 이가 알몸으로 씻는 걸 대놓고 보면서 즐기시지 않습니까.”
유신이 눈을 떴다. 지척에 있는 율의 미소 띤 얼굴이 보였다.
“네가 곁에 있는 것이 좋아 웃는 것이다.”
“아무리 황태자라 해도 여인이 씻는 데 이리 막 들어와도 됩니까?”
“네가 여인으로 살지 않겠다 하지 않았느냐.”
“아. 그럼 제가 사내라서 이러시는 겁니까.”
유신은 시선을 내렸다. 물 밖으로 드러난 쇄골 아래를 그의 손끝이 느리게 쓸고 있었다. 그의 손끝은 물에 닿을 듯 닿지 않았다. 딱 가슴까지 물에 잠겨 있는 유신의 온몸에 자잘하게 소름이 돋아 있었다. 오직 손가락 하나건만 묘하게 온몸을 자극하고 있었다.
“또 붉어졌다. 얼마나 꽉 묶은 것이냐. 놀러 간다면서 가슴은 왜 묶었나. 내 분명 가슴을 묶지 말라고 했었다.”
유신이 고개를 뒤로 젖혀 욕조에 기댔다. 그리고 지그시 그를 올려다보았다. 율은 시선을 맞추고 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눈빛에서도 표정에서도 전혀 욕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정적이 꽤 길었다.
“왜 묻지 않으십니까. 어디에 다녀왔는지. 호위 대신 누구를 데리고 다녔는지.”
“월화관에 놀러 간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래, 그자는 무엇을 원한다더냐.”
“돌쇠는 아무것도 필요 없답니다. 역모 때 폐하께 받은 돈으로 넓은 집으로 옮겼답니다.”
“여비에 쓰라고 준 것이다. 하면 상금을 더 주면 되겠구나.”
“뭐든 받으면 돌쇠의 아비가 인두로 눈깔을 뽑는답니다.”
어이가 없어 율이 웃었다.
“하하하. 재물이 싫다는 자도 있더냐.”
“전하께서 북한성 가뭄 때 죽어 가던 돌쇠 아비를 살려 주셨답니다. 돌쇠가 술 먹고 말실수를 해서 전하를 죽일 뻔했다고 말했나 봅니다. 돌쇠 아비가 인두로 눈깔을 뽑는다고 난리가 났었답니다. 나쁜 새끼가 폐하께서 주신 돈으로 집 샀다고 그것도 불살라 버리겠다고 난리를 쳤던 모양입니다.”
“하하하. 그런 자가 어찌 살수가 됐단 말이냐. 무슨 살수가 취중에 그런 말을 한단 말이냐. 하하하.”
율은 눈물이 날 정도로 웃었다. 수증기가 가득한 욕실에 그의 웃음이 가득 찼다. 그를 올려다보고 있는 유신의 눈빛이 깊어졌다. 그의 웃음소리가 듣기 좋았다. 아이처럼 즐거워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래. 좋았다. 유신이 충동적으로 말을 던졌다.
“한율.”
율의 웃음이 멈췄다.
“아무래도 내가 당신을 좋아하는 것 같아. 서슴없이 미친 짓을 하고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
율의 눈빛이 변했다. 힘들게 눌러 왔던 것들이 터져 버렸다.
“결국 네가 나를 미치게 하구나.”
율이 옷을 입은 채 거침없이 욕조로 들어섰다. 촤아아악. 욕조의 물이 흘러넘쳤다. 율이 유신의 입술을 집어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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