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중에서-
“하룻밤 나랑 보내면 이천 불보다 더 많은 액수의 돈을 줄 수도 있는데, 어때?”
자신이 약을 올리면 올릴수록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명하의 표정에 나이젤은 조바심이 났다. 나이젤은 자신이 왜 이렇게 심술을 부리는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명하가 천천히 뒤돌아서서 그의 앞으로 걸어갔다.
“넌 진짜 나쁜 놈이야!”
차분해 보이던 그녀에게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숨겨진 성격을 본 것 같아, 나이젤이 재미있다는 듯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이런, 너 꽤 터프하구나?”
나이젤이 입술을 꽉 깨물며 돌아서는 그녀의 양쪽 어깨를 돌려 세웠다.
“아!”
“연극도 전공이었니?”
나이젤에게 잡혀 있던 다친 어깨에서 아프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명하가 일부러 아픈 소리를 낸다고 오해를 한 그의 얼굴이 재미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를 잡고 있던 오른쪽과 왼쪽 어깨의 촉감이 서로 다르다고 여긴 나이젤은 얼른 손을 놓고 그녀의 팔을 다시 만졌다.
“하지 마!”
아픔 때문인지 아니면 너무 억울해서인지 알 수 없었지만 지금 명하의 눈엔 눈물이 살짝 맺혀 있었다.
소매 위를 약간 올려다보니 어깨와 그 아래로 붕대가 감겨져 있었다.
“어디서 다친 거야? 강도가 널 다치게 한 거니?”
“알 필요 없잖아?”
대답하기 싫다는 듯 입술을 꾹 다물고 있던 명하의 뺨 위로 눈물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그녀의 눈물을 보는 순간 나이젤의 가슴이 꿈틀거리면서 심장이 다시 진동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정말 형편없는 놈으로 여겨진 나이젤의 마음이 금방 후회로 가득 들어차 올랐다.
“난 너처럼 부자가 아닌 서민이니까 갚으려면 좀 걸릴 거야.”
흘러내린 눈물을 얼른 손가락으로 살짝 닦던 명하의 팔을 나이젤이 확 잡아 당겨 안았다.
한없이 여려 보이는 놀란 그녀의 입술이 약간 벌어져 있었다. 다시 그의 신경을 자극시키는 애플민트 향에 나이젤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작은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갑작스럽게 자신의 손에 의해 돌려세워진 명하의 얼굴을 내려다보는 나이젤의 표정은 복잡해 보였다.
아직도 눈물이 맺혀 있는 명하의 놀란 얼굴을 쳐다보던 나이젤의 입술이 점점 아래로 내려왔다. 살짝 벌어진 그녀의 입술을 그는 마치 금단의 열매라도 되는 양 조심스럽게 맛보기 시작했다.
나이젤은 자신의 온몸을 휘감고 있는 열기를 통제하기가 힘들었다. 분명히 갑자기 찾아온 감정은 아닌 것 같았다. 7년 전, 바람에 휘날리며 자전거를 타고 가던 생머리 여자가 던져 주었던 가슴 저림은 분명 거짓이 아니었던 것이다.
애플 향이 그의 입술 위에 머물렀다 다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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