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아, 13월에는 기적을 이루어주는 달이란 의미가 있대.
그거 아니? 너를 만날 때마다 항상 이 말이 하고 싶었어.
너는 내게 있어 언제나 13월의 피아니스트였다는 것을…….”



15살의 소녀였던 하예는 어느 날, 런던에서 열린 국제 콩쿠르에 나온 한 소년의 피아노 연주를 듣고 생애 처음으로 전율과 감동을 느낀다.

그 날 이후, 음악은 그녀에게 있어 유일한 삶의 낙이자 희망이 되었다.

세월이 흘러 18살이 된 그녀는 오랫동안 염원해왔던 소원을 이뤄줄 유신을 만나기 위해 아픔뿐이었던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우연히도 유신의 이웃사촌이 되면서 좌충우돌 그와 부딪히며 사이가 가까워 지게 되는데…….

.

.

그렇게 6년이 흐른 후, 그녀는 다시금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된 그와 재회를 하게 된다.





[본문 중에서]


맑은 금속음이 울림과 동시에 연주가 시작되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그가 선택한 곡은 Chopin –쇼팽 발라드 1번)이었다. 조용히, 아주 차분하게 홀 안에 음악이 흘렀다. 봄날 아지랑이 속에서 나비가 노니는 것처럼 시작된 음이 점점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산뜻하고 부드러웠던 선율에 이내 광풍이 몰아쳤다. 피아노 건반 위에서 천천히 거닐던 그의 손가락이 재빠르게 달음질치기 시작했다.

점점 곡의 속도와 힘이 높아지면서 억눌려 있던 선율이 폭발이라도 한 것처럼 거센 파장이 느껴졌다. 화려하고 경이롭게 움직이는 그의 길고 하얀 손가락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그의 연주는 15살이란 어린 나이임에도 세련되고 안정적인 터치와 완벽한 기교가 돋보였다. 깔끔한 페달 사용 또한 곡의 완성도를 높였다.

마치 살아 있다고 포효하듯 생동감이 있는 음과 그 안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열정에 온몸이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각인된 것처럼, 아니 어쩌면 스며든 것처럼 그가 창조해낸 선율이 머릿속에서 떠나가질 않았다. 더욱 강하게 휘몰아친 음은 절정을 거친 후 다시 고요해지면서 끝을 맺었다. 눈앞이 새하얗게 변하면서 호흡이 한순간 멎어 버렸다. 눈이 부실 정도로 환한 조명 아래에서 궁극의 음악을 창조한 그의 순수한 모습은 가슴이 벅차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다웠다. 마치 대천사 가브리엘을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눈을 감고 손끝으로 미세한 음을 감지하며 선율에 몸을 맡기는 그의 자태를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Bravo!”

“Wow! So amazing!”

이윽고, 사람들의 갈채와 박수가 쏟아졌다. 콘서트홀 안을 가득 메웠던 찬란하고도 우아한 선율과 그것을 연주한 소년에게서 느껴졌던 고결한 기운은 당시 15살의 어린 내가 무어라 정의 내리기엔 어려운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알 것 같았다. 그때의 그 감정은 내가 생애 처음으로 느낀 ‘감동’이었음을.

메시아 (홍아영)

1988년 2월 14일생

darkofsirius@hotmail.com



현재 미국에서 유학중인 꿈 많은 대학생.

판타지와 음악을 사랑하는 작가.

<백작의 신부>와 <제국의 황제>를 느리게 작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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