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필>

분실물

O형. 처녀-천칭 커프스.

하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 쓰고 싶은 것이

너무나도 많은 꽃다운 30대.

블로그: 로맨틱 초콜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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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작>

꿀 (필명: 윤정)

로맨틱 데이즈

<출간 예정작>

오래된 연인의 순정적 삼각관계

<카피글>

“이 꽃 이름이 뭐죠?”

“리시안셔스예요.”

“혹시 꽃말 같은 것도 있습니까?”

“변치 않는 사랑. 이게 이 꽃의 꽃말이에요.”

<플라워 테이블>의 주인 우리에겐

가슴속 깊이 간직해 온 애틋한 비밀이 있다.

“초콜릿이네.”

“좋아하잖아.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지 말고.”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추억이 깃든 초콜릿.

하지만 우리에게 그보다 큰 위로가 되어 주었던 건

초콜릿보다 훨씬 더 달콤한 그녀의 첫사랑, 현조였다.

“내가 지금 또다시 오빠를 욕심내면

……그거 안 되는 일일까?”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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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외전 1. 여행

외전 2. 오래전 그날

작가 후기

<본문발췌>

“어머나. 총각이 참 손재주가 좋네.”

“그러게. 처음 해 본 거 맞아요?”

“네, 처음입니다.”

마침 마지막 수업의 주제는 꽃다발이었다. 알고 온 것도 아니었는데 참 타이밍이 좋다고 생각하며, 현조는 즐겁게 수업을 받고 있었다. 우리가 꽃을 시작한 지도 꽤 오래 되었는데, 이렇게 그녀를 통해 직접 꽃을 만져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왜 한 번도 직접 해 볼 생각을 못 했을까. 꽃을 만지는 일은 생각보다 더 즐거운 일이었다.

우리는 수강생들 개개인에게 신경 쓰며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물론 그 신경은 현조에게도 미쳤다. 칠판에 적힌 내용을 꼼꼼하게 필기한 현조의 수첩을 내려다보며 우리는 저도 모르게 엷게 웃었다. 누가 그랬더라, 천재는 악필이라고. 그 말대로라면 이렇게 글씨조차 반듯한 그는 바보임에 틀림없었다.

“선생님. 이 꽃 이름이 뭐죠?”

현조를 지나쳐 가려는 찰나 그가 우리에게 물었다.

“리시안셔스예요.”

깍듯한 현조의 물음에 우리도 깍듯이 대답했다.

“예쁘네요. 제가 아는 사람이랑 많이 닮았어요.”

“누구? 예비 여친?”

아까부터 현조에게 무한한 관심을 보였던 아주머니 한 분이 끼어들었다.

“하하. 네. 그럼 선생님 혹시 꽃말 같은 것도 있습니까?”

“그럼요. 변치 않는 사랑. 이게 이 꽃의 꽃말이에요.”

“아. 변치 않는 사랑.”

우리가 대답했고, 현조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꽃말을 읊조렸다. 변치 않는 사랑. 생김새처럼 품고 있는 뜻도 예뻐 어쩐지 더 정이 갔다.

다발로 만든 꽃을 끈으로 묶고, 포장지에 싸고, 리본을 두르는 것까지 마치자 수업이 끝났다. 같은 꽃과 소재로 각기 다른 모양의 꽃다발이 탄생했고, 그 꽃 속엔 그것을 만든 사람의 성향이 담뿍 담겼다.

“오늘도 수고 많으셨어요, 선생님.”

“제가 뭘요. 수강생님들이 더 수고하셨죠.”

정리를 하고 있는 우리에게 수강생들이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저희 다 다음 달 과정도 듣기로 했으니까, 다음 달에 봬요.”

“와. 정말요? 감사해요. 또 봬서 정말 너무 좋아요.”

우리가 더욱더 밝아진 표정으로 말했다. 사실 문화센터 출강 자체가 큰돈이 되는 건 아니었지만, 이렇게 사람들과 만나 꽃으로 소통할 수 있음이 너무나 좋았다.

“호호. 저희도요. 예쁜 꽃에 예쁜 선생님 만나니 힐링이 그냥 되네요. 그럼 조심히 들어가세요.”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총각! 총각도 잘 들어가! 또 올 수 있으면 오고! 그땐 여자친구 꼭 만들어서 와야 해!”

꽃다발을 쥔 채 총각, 현조에게 인사를 건넨 부산스러운 수강생들이 사라졌다. 강의실에 남은 두 사람이 멀찍이 선 채로 서로를 응시했다.

“잘했어, 오빠.”

“진짜?”

우리의 칭찬에 현조가 웃는 얼굴로 되물었다.

“응. 치과의사라 손재주야 당연하고. 뭐 감각도 있고, 색 매치도 잘했어.”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네에. 오늘 톱 쓰리쯤은 하신 것 같네요.”

“과찬이십니다. 더 분발하겠습니다.”

마주 본 두 사람은 결국 웃음이 터졌다. 성큼성큼 걸어가 우리가 정리해 둔 커다란 종이백을 자연스레 어깨에 멘 현조가 어서 따라오라는 듯 고갯짓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