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도주환입니다. 정연서를 사랑할, 정연서가 사랑하게 될 남자 도주환. 이 이름을 잊지 말고 기억해요. 먼 훗날 저 세상 어디선가 만나게 되면 기꺼이 한 대 맞아 드리겠습니다. 그러니까 지금은…… 이 여자 내가 데려갑니다.”

누군가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다는 것. 참 못할 짓이다. 여전히 웃고 있는 남자를 향해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고 돌아선 주환은 잔뜩 굳어진 목소리로 연서에게 말을 건네었다.

“인사는 짧을수록 좋아. 차에서 기다릴게.”

뚜벅뚜벅. 높은 천장을 타고 발소리가 울렸다. 돌아서서 연서를 데려오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억누르고 주환은 왔던 길을 되돌아 나왔다. 차에 시동을 켜고 미리 에어컨도 켜 두었다. 머리를 뒤로 젖힌 채 눈을 감았다. 피곤했다.
얼마쯤 흘렀을까. 조수석 문이 열리고 연서가 탔다. 주환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였다.

“정연서.”

이름을 부르는 나직한 주환의 음성이 차 안을 울렸다.

“나한테로 와라.”
“…….”
“네 발로 와 줬으면 좋겠어. 네 손으로 내 목에 걸어진 리본을 풀어 줬으면 좋겠어.”
“…….”
“오늘 밤. 기다릴게.”

Yes와 No뿐인 주사위를 던졌다. 정연서에게로.
이제 선택은 그녀의 몫.
할 수 있는 일은 온전히 기다리는 것뿐.

“나한테 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한 번 더 조르는 것뿐.
그것뿐이다.

<목차>

1. 우연일까 인연일까.
2. 같이 갈까요?
3. 첫 데이트
4. 잠시만 안녕
5. 흐르기 시작했다.
6. 취향입니다.
7. 그 남자의 아내
8. 괜찮아요?
9. 들키고 싶지 않은
10. 한 걸음
11.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
12. 종착역
13. 참 다행이구나.
14. 당신의 위로가 되어드릴게요.
15. 사랑, 함께 하고픈 이유
16. 손이 닿을 그 자리에
에필로그 1.
에필로그 2.

긴 여운을 남기는 글을 쓰고 싶은 글쟁이.      

<출간작>

풀 베팅
당신을 사랑한다는 건
차오르다
매치포인트
불편한 관계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