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유
나는야 변태늑대. 아직 성인도 안 된 꼬맹이를 눈독들이고 있다.
어떻게 하면 마녀의 눈을 벗어나 저 꼬맹이를 잡아먹을 수 있을까
하루빨리 요 꼬마 여우를 잡아먹을 생각이다. 쿡쿡

해희
나는 마녀다.
변태늑대를 괴롭히는 재미로 살아간다. 그런데 이게 웬일?
또 다른 이쁜 새끼 여우를 발견했다. 흐흐흐
앞으로 더욱 재미있을 것 같다.

은석
빨강망토를 쓴 꼬마 여우.
망토 안에 아홉 개의 꼬리를 숨기는 그날까지 아우~
지금은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호호호



[미리보기]

“저, 이 옷 돈은 드릴게요. 비쌀 텐데…… 그냥 받을 수 없어요.”
은석은 난생처음 입어보는 옷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새로 태어난 느낌이었다. 그녀가 이런 옷을 입어도 아무도 그녀에게 이상하다는 시선을 보내지 않았다.
“아니 됐어! 친군데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어. 그나저나 너 살도 좀 찌우고 햇볕도 쬐고 그래야겠다. 너무 하얗잖아. 그래서는 누나한테 명함도 못 내밀어! 여자보다 더 하얀 남자 매력 없어!”
“네. 알아요. 그것보다 저 화장실 좀…….”
“그래 알았어. 다녀와! 아 아니지 같이 가자.”
“네.”
해유는 무의식적으로 은석의 손을 잡고 화장실로 향했다. 정말 그냥 단순히 볼 일을 보기위해 가는 것이다. 이 꼬마의 물건이 보고 싶은 게 절대 아니란 말이다. 어쩌면 미래의 매형이 될지도 모르는 놈인데 누나를 위해 동생이 매형의 물건을 확인하는 정도야 동생으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지 암. 이런저런 이유를 붙이며 은석의 손을 잡고 화장실로 향하는 그들 모습이 카페안 사람들의 시선을 모은다는 것도 모른 채…….
‘어머 어머 쟤들 뭐니? 화장실에서 뭔 짓 할려구 저렇게 손잡고 급하게 뛰어가?’
‘말로만 듣던 그거 아니니?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화장실서 할려구?’
‘나 처음봐 어쩜.’
은석은 급해 죽겠는데 손을 놓지 않는 해유 때문에 등으로 땀이 흘러내렸다.
“저 화장실이 급한데.”
“그래 가잖아. 여기야 남자 화장실 같이 들어가자. 난 친구랑 이런 거 하고 싶었거든 나란히 서서 볼일 보는 거.”
‘나란히 뭐?’
은석은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그녀가 아무리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지만 여자가 남자 화장실에서 볼일 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란 걸 모르진 않는다. 그것도 친구랑 나란히 서서 라니…….
“자 들어가자!”
무엇이 그리 신이 났는지 해유는 굉장히 즐거운 표정으로 변기 앞에 섰다. 그리고 바지 버클을 풀며 지퍼를 내렸다. 그 순간 지퍼내리는 소리가 얼마나 크게 들렸는지 그건 신만이 아실 것이다.
은석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들리는 소리.
-콸콸콸
오 하나님 엄마 난 어떡해! 이건 폭포소리다. 어디서 이런 소리가 날수 있냔 말이다. 은석은 밀려오는 호기심과 절대로 봐서는 안 된다는 양심의 소리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살짝 보면 안 될까? 그걸 본다고 혼날까? 너무 궁금한데…….’
-싸아악
물 내리는 소리에 은석은 살며시 한쪽 눈을 떴다. 그리고 그녀도 모르게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맙소사. 그녀는 보았다. 지퍼 사이로 사라는 시커먼 버섯기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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