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당신 때문에 우는 일 따위는 안 할 거야. 정말이야….

민희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재현이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하지만 그녀를 기다려 주는 그의 모습에, 간간히 보이는 그의 따스한 배려에 민희는 저도 모르게 그에게 빠져들고 있었다. 그의 메마른 감정을, 서툰 마음을 안아 주고 싶었다.

하지만 강재현. 그가 이토록 잔인하게 자신을 버릴 것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그가 떠난 자리에 남은 것은, 상처받은 여인의 아픔과 그리고… 꿈틀거리는 새로운 생명….

▶잠깐 맛보기

“일부러 그러는 거죠? 차라리 내가 부담스럽거나 재미없어서 그런 거라고 해요. 그렇게 차갑게 구는 거 정말 싫어, 다시는 안 볼 사람처럼.”

“다시는 안 볼 생각이야. 우리가 또 만나야 할 이유라도 있어?”

그나마 남아 있던 핏기가 모두 가셨다. 그의 팔을 잡고 있던 손이 애처로울 만큼 떨렸지만 그는 위로를 해 준다거나 미안하다는 말 따윈 꺼내지도 않았다.

“혹시…… 혹시 그날 일로 내가 재현 씨 괴롭힐까 봐 그러는 거라면…… 그런 걱정은 하지 말아요. 그런 일로 발목 잡을 만큼 내 행동에 책임지지 못할 사람 아니에요, 나란 아이.”

민희는 며칠 전 일을 더듬거리면서 화제로 삼는 자신을 비참하게 여기지 않으려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입가에 경련이 일만큼. 그러나 되돌아온 것은 조롱 어린 비꼬임이었다.

“그런 일로 발목 잡히는 병신도 있나 보군. 함께 즐겨 놓고 왜 꼭 여자가 피해자인 것처럼 구는 건지. 처음은 별로였어도 두 번째, 세 번째는 네가 더 흥분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래요, 그랬던 것 같네요. 그런데 나 왜 만난 거예요? 재현 씨 기준에서 보면 나란 여자 최악의 조건일 텐데요.”

두 달간이라는 시간은 그저 숫자일 뿐이듯, 그가 설령 불온한 생각으로 시작했을지언정 어느 한순간은 좋았다고, 그 말만이라도 듣고 싶었다.

“사람이 매일 밥만 먹고 살 수는 없으니까. 고등학교 땐가 멕시코로 여행을 갔었는데 함께 간 녀석들은 거기 음식이 맞지 않아서 고생했지만 난 먹을 만했거든. 너도 느꼈겠지만 내 취향이 좀 독특하거든.”

▶목차

프롤로그

1~19

* 이 전자책은 2005년 타출판사에서 출간된 〈그의 그녀〉를 eBook으로 제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