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실상부 대한민국 톱모델이자 성질 더러운 맹수, 강현준. 

대한민국을 넘어 패션업계 현지에서도 남다른 클래스를 보여주는 그에게, 
토실토실한 토끼 같은 먹잇감이 나타났다. 
당장 잡아먹을 수 있을 것만 같은 군침 도는 먹잇감으로. 

“해야겠어.”


스타일리스트 지망생이자 강현준의 영원한 팬, 이연우.

강현준이 무명시절이었던 그때부터 팬으로 지내온 그녀에게 
그와 함께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가 찾아왔다. 

“저, 해보겠습니다!”

조금은 해괴한 방식으로. 



-본문 중에서-


“강현준 씨.”
갓길에 버려지듯 주저앉은 남자는 도저히 대한민국 톱모델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았다. 그저 아파보이고 외로워 보이며 힘겨워 보이는 그런 한 사람의 남자였다. 어째서 여기 있느냐는 말은 하지 않았다. 듣지 않았지만 알 것 같았다. 믿기지 않았지만……알 것 같았다. 
현준에게 걸어가 털썩 주저앉은 그녀는 비가 와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추하게 울고 있을 거다. 비가 그것을 가려주고 있으니 정말 다행이다.
고개를 든 현준의 눈이 마침내 연우와 마주쳤다. 화가 난 듯 매섭게 변한 눈매가 고스란히 다가왔지만 사흘 만에 보는 이 사람이 너무 반가워서 그녀는 끅끅 소리를 죽여 울었다. 
“건방지게.”
말은 그렇게 하는 주제에 그의 손은 연우의 눈가를 닦고 있었다. 파르르 떨리는 손이 얼마나 힘겨운지를 알게 했다. 
“이런 주제에 날 버리겠다고?”
“죄송해요, 죄송해요.”
부정하지 않는 말에 더 짜증이 치밀었지만 현준은 이런 빗속에서도 메마른 듯 조이는 제 입술을 혀로 쓸었다. 참 안 어울리는 상황이었지만 지독히도 야릇한 모습이었다. 
“이연우.”
힘없는 손이 연우의 멱살을 잡았다. 무드라고는 강아지 콧구멍만큼도 없는 손짓이었으나 이런 작은 손짓이 그에게 너무도 힘든 것인지를 알기에 그녀는 그 힘 그대로 끌려가 주었다. 정말 코끝이 닿을 듯 가까워진 거리, 현준이 다시 한 번 부른다.
“이연우.”
“……네.”
매섭기만 했던 눈동자가 어느새 달콤하게 변했다. 바라던 것을 찾은 아이처럼 순수하게 빛을 만들고 순간 욕망으로 가득해졌다. 
“키스하고 싶어.”
“……네?”
“안고 싶어.”
힘없던 손아귀에 언제부턴가 강한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깜짝 놀란 연우가 말귀를 못 알아듣고 바보 같은 표정을 지을 때 그는 가볍게 그녀의 코끝에 입을 맞췄다. 따스한 촉감에 온 정신이 흔들렸다. 
“전부 하고 싶어졌어.”
“강현준 씨?”
넋을 잃은 부름 끝에 돌아온 것은 홀로 답을 내린 뜨거운 음성뿐이었다. 
“해야겠어.”
입술에 입술이 닿았다. 

목차

0. 프롤로그. 시작합니다.
1. 드디어 만났습니다. 
2. 만나긴 했는데…….
3. 갑과 을의 거리.
4. 큰일 났어요.
5. 큰일 났다. 
6. 사랑하나 봐요.
7. 조금은 멀리, 하지만 가까이. 
8. 잠깐, 아주 잠깐.
9. 결국 사랑할 수밖에.
10. 에필로그1. 수명이 줄어든다.
11. 에필로그2.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