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인해 망가진 당신을 볼 때마다 숨을 쉴 수가 없어. 그러니…… 죽여요.

나는…… 이제 너를 죽일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그러니 죽고 싶다면 너 스스로 죽어. 아니면 미쳐 버린 내 어미처럼 살아 있는 인형이 되든지.

28년 전, 창룡의 다섯 번째 화신이 탄생할 것을 예견한 직후 황궁 내에 깊숙이 스며들었던 음모의 중축, ‘흑막’.

20년 전, 자신의 목숨을 대가로 갓 태어난 딸에게 봉인의 주술을 걸었던 신궁의 전 주인, 서문율하.

그리고…… 시란과 천휘를 향해 몰아치는 음모의 소용돌이 속에서, 마침내 북대륙 전체에 드리워진 신들의 핏빛 날개.

▶잠깐 맛보기

“……죽여요.”

나로 인해 망가진 당신을 볼 때마다 숨을 쉴 수가 없어……. 그러니…… 죽여요.

열에 들뜬 입술 사이로 잔뜩 쉬어 버린 음성이 새어 나온 순간, 천휘의 내부에서 묵직한 울림이 번져 나갔다.

그야말로 시간이 멈춰 버린 듯, 그들 사이의 공간만 잘려 나간 듯한 감각. 영원과도 같은 순간이 있다면 바로 이러한 것은 아니었을까……. 천휘는 손에서 힘을 풀었다.

“나는…… 이제 너를 죽일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그러니 죽고 싶다면 너 스스로 죽어. 아니면 미쳐 버린 내 어미처럼 살아 있는 인형이 되든지.”

“그러지 마……. 차라리, 지금 나를 죽여요……. 더 이상은, 당신을…… 나를…… 괴롭게 하지 말아요…….”

시란의 마지막 음성은 거의 울음소리에 가까웠다. 아마도 그녀 또한 그의 내부가 조금씩 어그러지고 있음을, 그가 내뿜는 광기에 저 자신마저 먹히고 있음을 알고 있기에 그러한 것이리라.

어쩌면 거미줄에 걸린 나비는 그녀만이 아니라 그 또한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그는 물기 가득한 그녀의 애원을 가차없이 잘라 냈다.

“내 눈에 띈 건 바로 너다. 죽을 때까지 놓아주지 않을 참이니 어떻게든 버텨라.”

“이대로는…… 숨을 쉴 수 없다고 해도, 그리 말할 건가요……?”

“숨도 못 쉬어서 허덕이는 건 내가 아니라 너였지 않나. 그러니 네가 견뎌.”

더는 도망치지도, 죽지도 말고 내 곁에서 살아만 있어라. 나는…… 너를 부여잡은 채, 내가 품은 광기의 종착점이 어디인지 끝까지 갈 거다.

▶목차

제7장. 광월(狂月)

제8장. 빙화(氷火)

제9장. 온(溫)

제10장. 흑막(黑幕)

제11장. 파천(破天)

제12장. 강림(降臨)

제13장. 천애(天愛)

제14장. 종(終)

첫 번째 후애(後愛)

두 번째 후애(後愛)

작가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