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목서는 가을에 꽃을 피운다.

설수현과 하재욱. 혹은 설가와 하양.

여자 같은 이름을 가진 남자와 남자 같은 이름을 가진 여자. 그들은 23년 동안 친구였다. 수현은 재욱이 자신이 그리도 원하던 남자 같은 이름을 가진 것도 모자라, 생일까지 빨라 한 학년 높은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재욱도 그런 수현에게 한 번도 져 주는 일이 없었다. 그렇게 티격태격하면서도 늘 곁에 있길 23년…….

가을이 되어 꽃을 피우는 은목서처럼, 그들도 늦게 깨달은 사랑을 피워 낼 수 있을까?

▶잠깐 맛보기

친구라는 것에 한 점 의심 없는 마음으로 23년을 보냈다.

하지만…….

한 번씩 저런 여린 얼굴에 마음이 흔들리는 이유를 모르겠다. 마음이 흔들릴 때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찰랑거린다. 수현은 고개를 저었다.

“우린 친구잖아.”

친구란 이름 아래 오랜 시간을 보내 온 터라 다른 관계는 상상조차 불가능했다.

창틀에 기대 서로의 생각에 골몰히 빠져든 그들 사이를 은목서의 파릇한 향이 바람을 타고 스쳤다.

“휴…….”

재욱의 나지막한 한숨 소리에 그녀를 보았다. 천하의 독불장군 하재욱이 한숨을 쉬며 나약한 모습을 보인다. 그의 마음이 찰랑거리는 이유가 무엇이든 23년을 함께한 사람으로서 가만 있을 수가 없었다.

무엇으로 지친 마음을 달래 줄까 곰곰이 생각을 하던 그가 기억의 어느 지점을 뒤져 찾아낸 것을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라는 동요였다.

재욱이 수현을 바라보자 그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이 노래, 우리 어렸을 때 불렀던 건데 기억나?”

힘들고 외로울 때 주위를 둘러보면 항상 친구들이 곁에 있을 거라는 밝고 따뜻한 노래를 장난스럽게 윙크를 하며 멋지게 불러 대는 녀석을 보며, 재욱의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래, 가사의 내용처럼 그녀가 혼자라고 느껴질 때 주위를 둘러보면 항상 저 녀석이 있었다.

녀석을, 사랑한다.

사랑한다…….

▶목차

프롤로그 - 유년 속으로

1. 작별, 슬픈 날의 기억

2. 여름날의 일상

3. 우리는 친구

4. 찰랑이는 마음

5. 기억이 남긴 흔적

6. 우정에 사랑을 기대다

7. 비가 오면…….

8. 질투는 화산처럼

9. 사랑이 마주치다

에필로그

* 이 전자책은 2006년 타출판사에서 출간된 〈연두향 나무 아래〉를 eBook으로 제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