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사랑했다.
도저히 결혼은 상상도 못할 만큼 그녀를 사랑했다.


“집 구한다고.”
그녀의 앞에 선 태성은 의미심장한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의 얼굴은 악마 같은 그의 성격이 믿기지 않을 만큼 호남형이었다. 시원시원한 눈매며, 오뚝한 콧날, 다부진 입매와 유려한 턱선. 어느 하나 모자란 구석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성형외과로 가지 않은 가장 큰 이유를 따지자면 바로 그, 차태성이였다.
“내가 좋은 집 하나 알고 있는데.”
태성의 말에 라영이 눈을 치켜 올렸다. 설마 날 도와주겠다고? 라영은 태성이 착하게 나올 때가 더 겁이 났다. 이상하게도 라영은 그가 친절하지 않은 쪽이 편했다.
어쩌면 그래서 더 태성이 불편한 것일 수도 있었다. 친절한 게 좋아야 정상인데 그러지를 못하니까. 관계의 조화가 깨어진 걸 라영은 쉬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벌써 구했습니다.”
거짓말을 했다. 그것만이 지금 이 순간 그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었으니까.
“거짓말인 거 다 알거든.”
우겼다가 정말 거짓말인 거 들키면 또 무슨 괴롭힘을 당할 지 알 수 없었기에 라영은 그냥 침묵하였다. 태성이 한 계단 더 내려왔다. 이제 그의 가슴이 라영의 코 앞에 있었다. 남성을 느낄 수 있는 스킨향이 촉각으로 침범해 들어오는 순간 라영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뒤로 물러나고 싶었으나 그럼 분명 그는 그녀가 도망간다 생각할 것이기에 그럴 수 없었다.
“병원에서 차로 3분 거리에 있는 30평 오피스텔인데, 보증금 없이 월세만 내.”
30평 오피스텔인데 보증금이 없다고? 그럼 월세가 한 200만원 쯤 되는 건가? 월세 내려고 사채라도 끌어서야 할 것이다.
“흠! 한 30만원이면 적당하나?”
태성의 말에 절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있었던 라영은 너무도 싼 집세에 놀라 저도 모르게 묻고 말았다.
“네? 정말요? 그 집 어디 있는데요?”
“우리 집.”
그의 말에 라영은 전혀 기쁘지 않았다. 그가 놀리는 거라는 걸 알았으니까. 자신이 남자 집에 들어가서 살 강심장이 아니라는 걸 뻔히 아니까 이런 말을 하는 거다. 라영은 억울해 죽겠다는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자신은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되었는데 그는 이런 순간까지 자신을 가지고 논다는 게 너무도 참을 수 없었지만, 그런 그에게 마음껏 화를 낼 수도 없는 레지던트 1년차인 자신의 처지도 갑갑하였다.
그가 고개를 숙여 라영의 코앞에서 빙글 웃으며 속삭였다.
“생각 있으면 우리 집으로 와. 은 선생.”
그야말로 악마의 속삭임이었다.

리연(오리지날쑥)
본명 :이현숙
서식지 :다음카페 개인 팬카페와 로망띠끄 시크릿 가든과 깨으른 여자들 정착 중
종이책 출간작 : 마녀의 정원을 훔쳐보다/백만 번의 키스/도발적인 첫사랑/그녀는 챔피언/저널리스트
전자책 출간잔 : 마녀의 정원을 훔쳐보다/백만 번의 키스/도발적인 첫사랑/돼지별
출간 예정작 : 나의 아름다운 야수/향모란 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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