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영청 밝은 달이 구름을 헤치고 나타나, 높다란 하이랜드(스코틀랜드 북부의 고지대) 지역을 비추며 다섯 남자의 어두운 그림자를 길게 드리웠다. 그들은 저 멀리 거대하게 굽이 쳐 흐르는 ‘디’ 강(江) 위의 가파른 절벽 틈새에 몸을 잔뜩 웅크리며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강물이 은빛 비단을 펼쳐놓은 듯 ‘케언검’ 산맥과 높이 솟아오른 ‘로크네거’의 넓은 유역을 휘감아 돌았다.
이른 봄, 겨우내 쌓였던 눈이 녹아 거센 물결로 흘러내려 디 강에 합류했다. 이 힘찬 물줄기는 ‘글렌 모어’ 계곡을 가로지르고 있었는데, 황량한 글렌 모어 계곡 주위로 조그마한 ‘맥키니언’ 가문의 농장들이 마치 점처럼 듬성듬성 박혀 있는 듯했다.
농장은 적막에 휩싸였다. 계곡 역시 고즈넉한 달빛에 빛날 뿐 너무나 조용했다. 다섯 남자는 저 아래쪽에서 노랫가락처럼 흐르는 물소리와 자신들이 내뿜는 거친 숨소리에 침을 꿀꺽 삼킬 뿐 소리를 죽였다. 그들은 강을 건너느라 흠뻑 젖어 차가운 몸을 절벽 틈새에 바싹 붙이며 한기를 몰아내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들은 달이 하늘 높이 떠 그림자를 더 이상 드리우지 않을 때만을 기다렸다. 지루한 침묵을 깨고 그들 중에서 가장 키 큰 남자가 그들의 임무를 일깨워주었다. 아마도 상당히 중요한 임무인지 그 말을 듣는 다른 사내들의 표정이 말하는 남자만큼이나 신경이 날카로워 보였다.
「달이 높이 떠올랐습니다. 윌 나리.」
한 남자가 뻣뻣한 표정으로 말을 건넸다.
「그렇군.」
윌이란 남자가 간단하게 대꾸하고는, 차질없이 일을 치르려고 만든 초록과 금색, 회색 줄무늬의 망토를 사내들에게 하나씩 던졌다.
「자, 가자. 우린 정당한 일을 하는 거야. ‘퍼거슨’ 가문의 함성을 지르는 걸 잊지 말도록 하게. 자칫 긴장을 늦추다간 우리 가문 이름을 들먹일지 모르니까 명심하도록. 그리고 맥키니언 사람들을 모조리 해치우지는 마라. 퍼거슨 가문에게 당했다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 몇 사람 정도는 남겨둬야 하니까.」
다섯 남자는 숨어 있던 절벽 틈새에서 벗어나 말들을 한군데로 모았다. 번뜩이는 칼을 빼들고 횃불을 밝혔다. 순식간에 오싹한 긴장감이 적막한 밤공기에 휘돌았다. 이 기습자들이 가는 곳에는 일곱 군데의 농장이 있었지만, 그들이 공격하려는 곳은 단 세 군데였다. 맥키니언의 소작인들은 농부이기는 하나 노련한 싸움꾼이라 무리한 공격은 피하는 게 상책이었다. 기습자 한 명이 두려움에 떨며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가 긴장감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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