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절대 놓아주지 않을 거야.

이번엔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사람을 놓치지 않을 거야.

버려져도 괜찮았다. 이젠 그 사람이 아니면 안 된다는 걸 알아버렸다.

보고 있어도 계속 보고 싶다. 옆에 있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 더 이상 마음을 멈출 수 없었다.

결국 리윤은 레이놀드에게 청혼하고, 둘의 사이는 급진전을 타게 된다.

하지만 아직 밝히지 못한 진실은 리윤을 괴롭히고, 그 균열은 최악의 사건으로 그들에게 다가온다.

내가, 그를 또 죽이게 되는 게 아닐까?

그 불안함이, 다시 그녀의 마음 속을 잠식하기 시작하는데…….

작가 소개

유지공 [저]

취미는 많은데 특기는 딱히 없는 평범한 사람

둥글게 둥글게 살고 싶은 글쟁이.

NOCA [그림]

요즘 들어 너무 멍멍이가 기르고 싶습니다.

멍멍이 앞발에 뺨 맞고 싶어요(간절).

목차

22. 각몽

23. 후회

24. 청혼

25. 탈막

26. 진심

27. 종막

외전. 셀레나

외전. 카자드

28. 종막, 그 후

외전. 각자가 그리는 미래

외전. 그대와의 시간

후기

책 속으로

“다들 잘못 알고 있어요.”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었다. 마주잡은 양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손가락질을 당하고, 어떤 식으로 비난을 받게 되더라도,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고 싶었다. 하지만 모든 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나는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려 크게 심호흡을 했다. 조금, 아주 조금이나마 떨림이 멎었다.

“크로시안 영애가 저를 괴롭혔다는 것도, 아카데미에서 쫓아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에요. 오히려 그 반대죠.”

지금 나는 다음 이야기가 진행되기 직전, 내려온 막을 다시 걷어내고 있었다. 잘못된 이야기를 바로잡고자 다시 무대 위에 섰다.

그러니까 용기를 내야 한다. 말해야 한다. 진실을.

“진짜는 제가 크로시안 영애를…….”

“리윤!”

모든 걸 밝히려는 순간, 팔을 붙드는 손길이 있었다. 내 이름을 외치는 목소리가 너무도 낯설게 들렸다.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자 내 팔에 팔짱을 끼고서 웃고 있는 그녀가 있었다.

“리윤, 찾았다.”

멜리사 크로시안, 그녀가.

얼이 빠졌다는 표현이 정확하리라. 어디서부터 놀라고, 어디까지 충격을 받아야 하는지를 알 수가 없었다. 성이 아니라, 친근하게 이름을 부른 것? 이렇게 많은 학생들 앞에서 내 팔짱을 낀 행동을? 더없이 소중한 이를 바라보듯 나를 향해 웃고 있는 모습에?

놀란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경악한 눈빛으로 나와 멜리사 크로시안을 번갈아 응시하고 있었다. 다들 아무런 말도, 행동도 하지 못했다. 놀란 숨을 멈추고서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 몇몇은 턱이 빠지진 않을까, 눈이 튀어나오지나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이 상황 자체가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이건 꿈? 내가 아직 마차 안에서 자고 있는 건가? 그런 생각까지 들었다.

“왜 먼저 갔어? 오늘 같이 오기로 했잖아. 네가 아카데미로 갔다는 말 듣고, 나도 바로 마차 타고 쫓아왔어.”

그 속에서 단 한 사람만이 예외였다. 멜리사 크로시안은 다른 사람의 반응은 전혀 아랑곳 않고 내게만 시선을 고정시킨 채로 밝게 웃었다. 그제야 나는 그녀의 모습을 제대로 보았다. 크로시안 공작가의 저택에서 보았을 때와 달리, 지금 그녀는 옅은 에메랄드 색의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머리도 단정하게 빗어 하나로 올려 묶은 모습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유일하게 아쉬운 건, 눈가에 아직 붉은 기가 채 가라앉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응? 리윤.”

팔을 가볍게 흔드는 손길에 나는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넋이 나간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다들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왜 이렇게들 모여 있어요?”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정말 모르는 것인지. 멜리사 크로시안이 해맑은 얼굴로 주위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녀와 눈이 마주친 이들은 뒤늦게 정신이 든 듯,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저기…….”

그때 멜리사 크로시안과 가장 가까이에 서 있던 영애 하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두 분 싸우셨던 게 아닌가요?”

직설적인 영애의 질문에 도리어 주변에 있던 이들이 놀란 숨을 삼켰다.

“들리는 소문에는 크로시안 영애가 아딘미르 영애를 괴롭혔다는 말도 있던데요.”

본인을 앞에 두고 대담하게 말을 꺼내는 그녀에게 존경스럽다는 눈빛이 날아들었다.

멜리사 크로시안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질문을 던진 영애를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내가 다시 나서려 할 때였다.

“싸워요? 괴롭혀? 누가요? 나랑 리윤이요?”

천진한 목소리로 반문한 그녀가 또다시 내 이름을 입에 담았다.

“아아, 혹시 그때를 말하는 건가? 그거라면 싸운 건 맞아요. 아니지. 싸움이라고 하긴 조금 그렇고, 친구끼리 조금 다툰 거라고 할까요. 그리고 그건 이미 서로 화해했어요. 그렇지? 리윤?”

듣고 있는 나조차도 이렇게나 어색하게 느껴지는 이름을, 줄곧 그랬던 것처럼 다정하게 부르고 있었다. 은빛 눈동자가 정말 오랜 친구를 보는 것처럼 애정이 담긴 눈길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역시 그건 소문일 뿐이었던 걸까요?”

누군가 던진 한마디에 소곤거리는 목소리가 하나둘, 점점 범위를 넓혀나갔다.

“하지만 그때 그건 단순히 친구 사이의 다툼이라고만 보기 어려웠는데요.”

“그래도 저 태도를 보면, 정말 소문이 잘못된 걸지도요.”

“두 분이 원래 저렇게 친했던가요?”

아직은 반신반의 하긴 하나, 서서히 악질적인 소문을 불신하는 분위기가 퍼져 나가고 있었다.

“아! 리윤, 너도 교무실부터 들를 거지? 같이 가자.”

여기저기서 수군거림이 들려오는 가운데, 멜리사 크로시안이 밝은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미안해요, 저흰 잠깐 실례할게요.”

출판사 리뷰

“내 손으로 모든 걸 결말지으려고. 이제 연극 같은 건, 질렸거든.”

모든 것을 밝히려는 리윤. 이제 더 이상 누군가가 흘리는 눈물을 외면하면서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결국 그녀는 자신이 숨기고 있던 모든 것을, 과거 멜리사에게 했던 행동을 모두의 앞에서 고백하려고 결심한다.

동시에, 레이놀드의 곁에서도 완전히 사라지기로 마음먹는다.

자신의 곁에서 불행해지는 그의 모습을 지켜볼 용기가, 차마 리윤에게는 없었다.

하지만 결국 리윤의 속에서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진심이 솟아오르는데…….

-내가 이 사람을 죽을 만큼 사랑하고 있으니까.

모든 이야기의 종막이 내리는 『아딘미르의 가시꽃』 5권. 많이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