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생 건들면 너희는 다 죽은 목숨이다 3권 - 로맨스 소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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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300-51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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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 소개

나는 열여섯의 로잘리테가 되었다.

침대에서 굴러떨어지고 눈을 떴더니 고전, 막장, 피폐, 치정, 환장의 BL소설 ‘푸른 별밤의 아스테리온’에 빙의했다. 그것도 인생 막다른 길에 다다라 자살하는 남자주인공 아스테리온의 누나 로잘리테로.

스토리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결말에 이르렀는데 그 순간, 로잘리테에 빙의했던 열여섯 살로 돌아와 있었다.

이게 정답이 아닌 것 같았기에 동생을 곱게 키워봤다, 이번엔 외부요인으로 사망했고 로잘리테는 다시 회귀했다.

방향을 바꿔봤다. 동생이 아니라 자신에게 몰두하고 단련했다.

이것도 아닌 것 같다. 마법을 배우다가도 회귀했고, 마탑 졸업논문 완성 파티를 하다가도 회귀했다.

끝없이 열여섯으로 돌아오는 로잘리테 록스버그, 나는 곱게 죽을 방법을 찾고 있다.

2. 작가 소개

몰포

3. 차례

#22회차 : 로잘리테 록스버그 투웬티 원 (1)

#22회차 : 로잘리테 록스버그 투웬티 원 (2)

#22회차 : 스물둘의 로잘리테 (1)

#외전 : 상냥하고 귀여운 빨강 머리 루크 외롭고 슬프지만 굳세게 자라

#22회차 : 스물둘의 로잘리테 (2)

#22회차 : 스물둘의 로잘리테 (3)

4. 미리 보기

일전엔 학수고대하던 결혼반지가 도착했다. 왕궁 가서 자랑은 해야겠고 일하는 데 불편함도 없어야 하니 크지도 작지도 않은 크기의 2캐럿짜리 물방울 다이아 반지를 특별주문했다.

글렌 몰래 살짝 끼워봤는데 커팅이 아주 예술이었다. 이리 봐도 빤짝빤짝, 저리 봐도 빤짝빤짝. 가치를 모르는 이가 봐도 나 비싼 몸이요 감이 올 만한 물건이었으니, 글렌도 어디 가서 공작가에 들어가 천대받는다는 구설엔 오르지 않겠지.

내가 이거 받으려고 쓴 돈이 얼마고 예약 다 찬 장인을 구하려 기다린 세월이 얼만데.

기다린 보람이 있는 구매품에 대만족한 난 당장에 램 바트를 불러 결혼식 초대장을 찍게 했다. 공작님께서 요전에 불러 국왕 전하 앞으로 행운의 편지 2401통 보내는 거 돕느라 마나 다 빨려 말라 죽을 것 같다 우는소릴 했지만, 그건 내 알 바가 아니었으니 노동을 강요키로 했다.

그러게 맡은 일이나 할 것이지 그 두 사람 노는 일엔 왜 끼는 건가. 공작님도 그런 허튼짓에 잉크 쓰기 아까우니 램 바트를 꼬드겨 장난친 거겠지. 그런 쓸데없는 일을 하시는 거 보니 아빠도 내 결혼식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쓴 모양이었다. 어떻게든 스트레스를 풀어야겠는데 이번에 어쩌다 국왕 전하께서 잘못 걸린 케이스인가.

남들은 결혼한다 그러면 한 달 전부터 쉬면서 피부 관리도 받고 여행도 다닌다는데 나는 이게 무슨 신세인지.

“그래도 내일 쉬니까 좋다. 히히.”

난 커피를 쭉 마시며 쉴 새 없이 펜을 놀렸다. 이거만 마치고서 내일 하루 종일 자야지. 식장 인테리어부터 손님 안내, 경비, 행사 진행까지 모든 준비를 마쳤으니 나는 이제 푹 자고 몸만 가면 된다.

록스버그 식 결혼이 이렇게까지 힘든 거였으면 그냥 결혼식 하지 말고 혼인신고만 올릴 걸 그랬다. 무슨 놈의 결혼식이 오케스트라랑 댄스홀이랑 갈아입을 신부 드레스 세 벌이랑 록스버그 가 정통 코스요리를 조리 가능한 요리사에 초대가수까지 필요한가.

게다가 이게 우리 집안에 국한된 문제이기만 한 게 아닌 게, 사람이 많이 몰리니 록스버그 령 일대 점포는 우리 결혼식을 기념해 대대적으로 세일기간에 들어간다.

사람이 모인 김에 재고도 털고 남의 지갑도 다 털어가려는 심보가 심히 우리 영지 사람들답지만, 이 탓에 치안은 치안대로 떨어지고 북새통에 소득이며 물자 빼돌리고 세금 삥땅치려는 놈들이 생길 테니 결혼식 끝나면 바로 일하러 돌아가야 할 판이다.

불행하다. 웨딩드레스 입고 일하러 가는 새신부가 어딨어.

“아직 계셨습니까?”

어째 그 말 전에도 들은 것 같은데.

불행한 나에 취해 감상에 젖어 어두운 창밖을 보고 있는데 글렌 호펜 씨가 파일을 한 짐 지고 집무실에 들어섰다.

“새신랑 오셨는가.”

“그러는 로잘리테 님은 새신부십니다만.”

“신랑신부끼리 할 말은 아니구만. 그건 다 뭔가?”

웬 파일 같은 것을 제 책상에 털썩 내려놓은 남자는, 내 시선을 피해 어물거리더니 아주 작은 소리로 들고 온 것의 정체를 말했다.

“지난 10년간 공작가 방계에서 올라온 상납금 통계를……, 내볼까 하여…….”

“그건 지금 하지 않아도 될 텐데? 연말 전에만 들여다보면 그만 아닌가.”

“그건, 그렇습니다만…….”

남자는 어물어물하더니 기어이 책상에 앉아 파일을 펼쳤다.

인간 엑셀의 진가를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 가히 사랑스럽다 할 수 있었지만 어째 석연치 않았다. 하고많은 날을 두고 오늘, 하필 결혼식 앞두고 일거리를 만들어서 저러고 있다면…….

“메리지 블루인가?”

“…….”

“나랑 결혼하는 걸 후회한다거나, 그런 거라면…….”

“아닙니다.”

휴, 다행이다. 결혼하기 싫다고 하면 약점 잡아서 협박하려 했질 않니. 어차피 그를 휘두를 방법이야 간단하고 인질이 되어줄 사람도 이미 수중에 있어 마음만 먹으면 공작가에 감금하는 거야 일도 아니지만, 그가 자율적으로 붙잡혀준다면 나야 고맙지.

“그냥, 정말 이래도 되나, 생각이 많아져서…….”

“생각?”

“이성적인 방면으론 손 한번 잡은 적이 없고 데이트 한번 한 적이 없으며 제게 조금이라도 호감이 있는지조차 불명인 상대와 결혼을 하는 게 과연 잘하는 일인가 하는 것 말입니다.”

이 녀석 쌓인 게 많았나 보군.

글렌의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에 비수처럼 콱콱 박혀 헛기침밖에 나오지 않았다. 마시던 커피가 사레들린 척하며 쿨럭쿨럭 하고 가슴을 친 난, 손수건으로 입가를 닦고 남자에게 침착하게 말했다.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겐가. 내 아무리 결혼상대가 필요하다 하나, 좋아하지도 않는 자와 평생을 약속할 만큼 무신경하지 않네.”

“평생이 아니잖습니까. 자동 계약연장 2년 주기인 거 알면서 그러십니다.”

“어흠! 커험! 큼! 쿨럭!”

하여간 빈틈이 없어. 그러니 결혼할 생각을 한 거지만.

내가 궁지에 몰리든 말든 글렌 씨가 내게 보내는 시선이 차가웠기 때문에 뭐라도 수습할 말을 해야 했다. 지금이야말로 나의 상사위트가 빛을 발할 때지.

커피잔을 내려놓고 목소리를 가다듬은 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혹시라도 이런 매도를 받을까 해 평소부터 준비하고 있던 대답이었다.

“데이트한 적이 없다니. 우리는 매일 오피스 데이트 중이지 않느냐.”

“…….”

왜 아까보다 눈빛이 더 차가워진 것이냐.

글렌 호펜 씨가 날 보는 눈은 분명 사람을 보는 눈이 아니다. 저건 개돼지만도 못한 무언가를 보는 눈이지.

내가 뭐 말을 잘못했나 당황하고 있는데 남자는 깊게 한숨을 쉬더니 일이나 하겠다며 파일을 열었다.

“제가 로잘리테 님에게 뭘 기대하겠습니까. 됐습니다.”

이 녀석이 날 우습게 봐도 한참 우습게 보네.

조금 발끈한 난 자리에서 일어나 글렌에게로 갔다.

“…….”

응. 가려고 했다.

하지만 가는 길에 조금 샛길로 빠져 창가로 가 심호흡 한 번 한 난, 집무실 중앙을 빙빙 돌다 간신히 글렌이 앉은 자리 옆으로 가 헛기침을 했다.

“자네. 잠깐 여기 좀 보게.”

크흠. 당장 데이트할 방법이 없다면 남은 수단은 이거뿐이지.

난 별생각 없이 날 쳐다보는 글렌의 얼굴을 잡고 허리를 숙였다. 남자는 내 얼굴이 지척까지 오는 중에도 상황이 파악 안 되는지 눈만 크게 뜨고 있었다.

막는 이는 아무도 없었고 글렌도 저항하지 않았기 때문에 입술은 쉽게 겹쳐졌다. 쪽 소리만 내고 끝내기엔 심히 아쉬워 상대의 입술을 야금야금 물고 천천히 입을 떼자, 글렌이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어떠냐! 내 퍼스트 키스니라!”

나는 뻘쭘한 나머지 와하하 웃었다. 얼굴 화끈거린다. 어우 더워. 나도 지금 거울 보면 피 몰려서 시뻘건 거 아냐?

글렌도 말이 없고, 마주 있기 어색했던 탓에 난 창가로 가 바람이나 쐬려고 했지만, 남자가 손을 뻗어 날 잡았다.

남자는 놀랍게도 아까 이상으로 붉어진 얼굴로 눈물까지 글렁이고 있었는데, 수치는 접어둔 것인지 내 눈을 똑바로 보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하……, 한 번 더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으으으으음, 요 맹랑한 것 같으니!

속 간지럽고 목 간지럽고 하여간 전신이 간질간질해 몸을 배배 꼰 난,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하고 한 번 더 입을 맞췄다.

커피 맛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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