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중에서-

재준과 혜연

“꺄아악!”
막 샤워를 끝낸 재준이 수건 한 장을 달랑 걸친 채 나오려던 참이었다. 바로 앞에 잔 근육으로 뭉친 남자다운 나신이 나타나자 혜연은 간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라고 말았다. 두 손으로 얼떨결에 눈을 가린다고 가렸지만, 그의 남자다운 몸매는 이미 그녀의 눈 속에 박혀 버리고 말았다. 물기가 뚝뚝 떨어지는 몸은 좀 마른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예전보다 더 남자다웠고 젖은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그의 눈빛은 혜연을 보며 짓궂게 빛나고 있었다.
“내 알몸이 그렇게 보고 싶었어?”
“오, 오빠 여기서 샤워하면 어떡해!”
당황으로 얼굴이 또다시 노을처럼 붉어진 그녀가 냅다 도망가려고 몸을 돌리려고 하자 수건을 잡은 한 손을 제외한 다른 한 손이 재빠르게 혜연을 잡아챘다.
“왜? 니가 내 집처럼 편안하게 하라며? 난 내 집에선 늘 샤워를 제일 먼저 하거든.”
혜연은 꽉 잡은 재준의 손을 느끼곤 가슴이 두근거리며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그의 벗은 몸은 그녀의 코앞에 있었고 그의 입술이 그녀에 귓가에서 속삭이고 있었다.
“어, 어서 놔 줘, 제발 놔 달라고!”
혜연이 벗어나려고 버둥거렸다.
“놔달라고? 후회하지 마.”
왠지 그의 목소리의 깃든 장난스러움이 의심스러웠지만, 혜연은 얼른 그가 손을 놔주길 바랐다.
“빨리 놓기나 해!”
“그래, 정 그게…… 소원이라면.”
재준의 얼굴에 짓궂은 웃음이 떠올랐다.
“꺄아아아! 무, 무슨 짓이야!”
재준은 놓으라는 그녀의 손목은 그대로 잡고 있고 대신 수건을 잡은 손을 놔 버린 것이다.
“쉬잇! 채영이 깨.”

하운과 수진

멍하니 걷다 보니 자신의 차를 지나칠 뻔했다. 다시 되돌아와 차 안에서 핸들에 머리를 숙이고 감정을 정리하려고 애썼다. 그런데 이게 뭐란 말인가? 주책없게도 눈물이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내렸다. 눈물?
‘내가 왜 눈물이 나는 걸까? 왜? 아무런 이유도 없는데.’
그러나 수진은 가슴이 아팠고 마음이 쓰라렸다. 그와 아무 상관없다는 사실이 못 견디게 서운하고 가슴이 아팠다.
‘설마……그를 사랑하는 걸까?’
갑자기 찾아온 감정의 정체성에 수진은 더욱더 서러워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다른 여인을 사랑하는 그를, 아무렇지도 않게 친구로만 대하기란 이제는 할 수 없었다. 가짜 남자 친구도 이제 정말 끝내야 할 것 같았다. 그와 아무렇지도 않게 그냥 얘기할 자신이 없었다.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수진의 팔을 움켜쥐고 차 안에서 끌어내리는 억센 손길에 수진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다, 당신!”
갑자기 차 밖으로 끌려나오다시피 한 수진은 놀랄 사이도 없이 하운이 강하게 자신의 품으로 당겨 꽉 끌어안았다. 시간이 마치 정지된 것처럼 두 사람에겐 아무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다.

어릴 때 책이 귀해서 손에 잡히는 대로 읽었다.

글 쓰는 사람을 동경하여 차츰 쓰고 싶다는 마음이 자라기 시작했다.

세월이 흘러도 놓지 못해 그리움이 되어버린 글쓰기.....

그 열망을 늦게나마 이루어 감사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일과 글쓰기에 엄마를 빼앗긴 아이들에겐 항상 죄인이다.

그럼에도......멈출 수 없다.


(현재 로망띠끄에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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