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님을 잡아먹는 방법 3권 (완결) - 로맨스 소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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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300-4878-9

도서상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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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 소개

“테오, 라고 불러주세요, 주인님.”

주인? 웬 주인? 설마 나보고 하는 소리? ……미친개라서 그래. 미친개. 주인도 몰라본다는 미친개라서 저러는 거야.

‘인생은 한 치 앞도 모른다’는 말은 진리였다. 엊그저께는 파혼에 친구가 뒤통수친 막장소설의 주인공이었던 내 앞에, 오늘은 로맨스소설 주인공처럼 생긴 미남이 나타났다. 그 미남이 하필이면 ‘클레르몽의 미친개’ 테오도르라니…….

“나쁜 꿈 꿨어요?”

……으응?

“주인님. 이제 괜찮아요. 제가 곁에 있으니까요.”

곁에 있었다고? 설마, 밤새? 내가 아무리 술에 취했다고 해도 남자를 침실에 들일 만큼 이성을 잃진 않았…….

“아, 이제 눈떴다! 좋은 아침이에요, 주인님. 무엇부터 하시겠어요? 아침식사? 샤워? 아님…… 저?”

“경, 이게 지금 무슨…….”

2. 작가 소개

차혜영(차혜英)

4월 21일, 황소자리. 파워풀한 제철 도시에서 태어났습니다.

좋아하는 건 (비리지 않다면)먹는 것. 싫은 건 확실하지 않은 것. 취미, 기록하기.

본진은 잊지 않았으나, 요즘은 오마이걸이 너무 좋아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행-복)

자주하는 말, “배고파.”, (점심 먹으면서)“엄마, 저녁 뭐 먹어?”

블로그 운영 중, http://blog.naver.com/cjaa1002

▣ 출간작

덕후와 마법사

소공자 길들이기

골방마녀와 로맨스

붉은 달 아래, 소녀

귀문의 신부

달의 서커스

사자님은 비정규직!(공저)

3. 차례

#17. 전야제

#18. KILLING ME SOFTLY

#19. I can give you the world

#19.5. 뒷골목의 왕녀님

#20. 사람이 안 하던 짓을 하면……!

#20.5. 폭풍

#21. 내가 꿀꺽해도 모를 정도로 무방비한 주인님

#21.5. 폭풍의 눈

#22.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

#23. 반격의 서막

#24. ‘왕비’를 위하여

#25. 폭풍이 지나간 자리

#26. 진실과 현실

#27. 사랑하는 이유

#28. 샛별이 뜨는 시간

#닫는 이야기 - 세상에 미친개는 없다

#작가후기

4. 미리 보기

모든 것이 완벽했다.

달빛은 환하고, 연인은 아름답고. 주위에 아무도 없는 곳에서 춤추는 둘의 분위기는 미묘하게 긴장되어 있고. 자, 이제 음악이 끝난 뒤에 남은 것이 무엇인지는 나도 알고 있다.

나른한 무곡이 끝난 뒤, 둘의 이마가 맞닿았다. 우리 둘은 서로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날 빤히 바라보는 테오도르 경의 새빨간 시선에 마른침을 삼켰다. 눈빛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에 숨이 막혔다.

금방이라도 달려들어 잡아먹힐 것 같다는 예상과 달리, 그는 그러지 않았다. 허리를 조이는 팔심으로 보건대, 참고 있다. 혹시라도 내가 놀랄까 봐, 두려워할까 봐 섣불리 다가오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허락을 구하려는 조심스러운 눈빛에 자꾸 피하고 싶어졌다.

이상한 일이었다. 분명 바라던 순간이었는데, 자꾸 피하고 싶어지다니. 그러면서도 동시에 머리는 그와 나누었던 먼젓번들의 키스를 떠올리고 있다. 마른침이 넘어가고, 나 자신도 모르게 남자의 단단한 가슴 위에 올린 손을 그러쥐었다.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가 내쉬었다. 숨 쉴 때마다 자꾸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 것만 같아서 몸에 꼭 맞는 옷이 답답하다. 그냥 이대로 안아버릴까. 평소의 엘 드 블루아라면 절대로 들 리 없는 충동이 들었다.

그와 침대를 공유하고 싶어졌다. 그와 한 침대 위에 누워서 밤새도록 서로를 간질이고 싶어졌다. 그러다가 지치면 이 단단한 품에서 깊은 잠을 자고 아침을 맞고 싶어졌다. 따사로운 아침 햇살에 눈을 떴을 때, 가장 처음 보이는 사람이 그이길 바란다.

이 감정을 그대로 그에게 전하고 싶었다. 테오도르 경의 마음도 자신 같길 바란다. 최소 비슷한 온도이길. 비슷하지 않다면, 이 감정에 그가 흔들리…….

“테오도르 경.”

누군가의 시선을 느꼈다.

“네?”

“테라스에 누가 있다.”

그것도, 아주 불순하고 음험한 의도를 가진.

“의식하지 말고 춤춰라.”

내 명령에 테오도르 경은 황급히 다음 곡에 맞춰 스텝을 밟았다. 나는 그의 어깨를 쥔 손에 힘을 실었다. 살의는 없었으나 이렇게까지 음흉한 시선은 처음이었다. 등허리를 타고 올라오는 소름을 참으며 그에게 몸을 기댔다. 만약, 살의가 있었더라면 난 눈앞의 남자를 지키기 위해서 드레스 아래 숨긴 단검을 꺼내 던졌을 것이다.

“상대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 일단 아까처럼 계속 춤추도록 한다.”

“예.”

그렇게 무곡이 세 번이나 바뀔 동안 우리 둘은 쉬지도 않고 춤췄다. 그리고 네 번째 무곡이 한창일 때에서야 시선은 사라졌다.

“후우.”

그제야 온몸을 옥죄던 긴장이 풀렸다. 마치 흐물흐물한 푸딩처럼 힘없이 테오도르 경의 품으로 무너졌다. 보통 사람보다 조금 더 뜨거운 그의 체온이 닿자, 그냥,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아졌다. 모든 게 피곤해졌다.

“……주인님?”

고개를 들자 그와 다시 얼굴이 가까워졌다. 내가 놀라 흠칫하자 그가 조용히 입술을 뗐다.

“주인님.”

“…….”

“기도하고 싶어요.”

이 뜬금없는 말에 뭐라고 답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손바닥을 맞대는 건 순례자의 키스라고 해요.”

“그게, 무슨…….”

여느 때와 같은 장난이라고 치부하며 평소처럼 엄한 목소리로 그를 밀어내려다가 깨달았다. 이건 연극 대목이었다. 원수 가문으로 만난 두 남녀 주인공이 사랑에 빠졌고,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에게 키스를 허락받으려…….

“그리고 순례자에겐 기도문을 올릴 수 있는 입술이 있어요.”

그의 얼굴에서 장난기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주인님, 기도를 올리고 싶어요.”

입술 위에서 그가 속삭였다.

“기도하게 해주세요.”

달빛은 환하고, 연인은 아름답고. 주위에 아무도 없는 곳에서 춤추던 둘의 분위기는 미묘하게 긴장되어 있고. 모든 것이 완벽하니까 밀어낼 수 없었다.

아니! 모든 건 다 핑계다. 내가, 나 엘 드 블루아가 기사 테오도르에게 닿고 싶을 뿐이다. 내가 원하기 때문에, 그래서 입술을 맞댔다. 내 마음이 그에게 얽혔듯이 손가락이 얽혔다. 얽히고설켜서 떨어질 수 없는 나무가 된 것만 같았다. 가능하다면 영원히 이렇게 있고 싶었다.

숨이 가빠서 모든 게 아득해질 때쯤에야 우리는 입술을 뗐다. 종이 한 장 들어갈 틈도 없이 꼭 붙은 우리는 서로의 이마를 맞대고 급한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다. 그러다가 다시 눈이 맞았다.

“……테오도르 경.”

“네.”

그의 목울대가 울렁거렸다.

“경은 이 뒤의 이야기를 아는가?”

그가 눈을 감고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잡히지 않은 한쪽 손을 들어 그의 뺨을 감쌌다. 따끈하고 부드러운 살갗이 손바닥에 감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의 원죄가 그대의 입술로 옮겨갔습니다.”

“…….”

정확하지 않아서 기억하는 대로 대목을 천천히 읊는 내 입술에서 그는 눈을 떼지 않았다. 참, 집요했다.

“그 죄를 돌려받으려 합니다.”

그 순간 다시 입술이 겹쳐졌다. 우리는 서로의 죄를 나누었다.

환한 달빛 아래, 곧 부서질 듯 안긴 채 나는 이 순간이 영원하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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