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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좋아하게 되면 꼭 말해줘 1권

유나리 지음도서출판 가하2020.09.07

판매정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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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가격 | : 3,400원 |
적 립 금 | : 0원 |
파일용량 | : 450 KByte |
이용환경 | : PC/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타블렛 |
독자평점 | : ![]() ![]() ![]() ![]() ![]() |
듣기기능 | : ![]() |
ISBN | : 979-11-300-459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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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 소개
좋아하게 되면 꼭 말해주기!
단, 거절당할 시, 이유 불문 깨끗하게 마음을 접을 것.
비혼주의자 강여나 씨는 국내 최대 규모 종합병동 병원장의 외동딸로 산부인과 전문의다. 맞선 보라는 아버지의 압박을 쌩까며 잘 근무해왔는데, 아버지의 농간으로 응급수술에 못 들어가게 되자 그길로 독립해서 병원 개업해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소화그룹 막내아들 선기림은 빠른 시일 내에 반드시 결혼을 해야 한다. 스물다섯 번의 맞선 실패 끝에 맞선 리스트의 목록 외 비고에 들어 있던 ‘강여나’로부터 선 자리에서부터 바람을 맞는다.
여차저차한 상황 끝에 맞선 테이블, 아니 협상 테이블 앞에 앉게 된 두 사람.
본계약 및 특별조항까지 줄줄이 쓰여 있는 30여 페이지의 ‘맞선-결혼-이혼 플랜 합의서’에 도장을 찍었다!
2. 작가 소개
유나리
취미로는 싫어서 노력껏 열심히 씁니다.
▣ 출간작
그거 고백 아니었는데
악의에 젖다
좋아하는 드라마
욕망을 말하는 게임
황제 해시트
세 번째 상속인
목단에 붉은 이슬 맺혔네 外
3. 차례
#프롤로그
#1. 부와 명예를 두루 갖춘 성인 남녀의 경우
#2. 계약서는 가능한 한 꼼꼼하게
#3. 그럼에도 추가조항이 필요한 이유
#4. 이상한 나라의 예비 신랑 신부
#5. 달이 떴다고 전화하는 것 금지
4. 미리 보기
“자, 여기에 서명하고, PDF 처리해 보관하고, 종이 원본은 각자 파기하는 걸로 하죠.”
“추가한다던 조항은요?”
여나가 흔쾌히 태블릿 PC를 받아 들었다. 그녀는 더 이상 그의 잘난 척에 당황하지 않았다. 기림은 그녀 옆으로 좀 더 붙어 서서 직접 화면을 넘겨 마지막 페이지를 열어주었다.
톡,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한다.
“제일 끝에요, 여기.”
“…….”
끔뻑. 여나는 화면을 바라보다가 말없이 시선을 돌렸다. 코 옆에서 어깨를 옹송그리고 있는 그의 낯짝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설마 놀리는 건가 싶었지만, 아니었다. 기림의 얼굴은 이 말장난 같은 조항이 100퍼센트 진심에서 비롯되었음을 알리고 있었다. 여차저차 그 잘난 척엔 적응했을지언정 이 무례함만큼은 여전히 여나의 성미를 긁었다.
여나가 말했다.
“선기림 씨. 도대체 사람을 뭘로 보는 거예요?”
“비즈니스 파트너요.”
기림은 즉답했다. 여나는 다시 물어야 했다.
“그런데 취급이 이래요?”
“제가 강여나 씨를 어떻게 취급하는데요?”
멀뚱히 그가 되물었다.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다. 말을 말자. 그녀는 태블릿 PC 화면에서 기림의 손을 걷어내고 직접 화면을 터치했다. 문제의 마지막 조항을 확대한다.
[제13조. 이혼 후 질척거리지 말 것. 만약 이를 어길 시, 삼진아웃 시스템을 적용하여 자발적 국외 추방에 동의하며 이민 국가는 비 아시아권에서 선정한다.
※아시아권 기준: 아시안게임 참가 가능 국]
그 아래에 예시가 줄줄이 딸려 있었다.
[아프다고 연락하지 말 것. 심심하다고 메시지 보내지 말 것. 부모님 핑계로 찾아오지 말 것. 달이 떴다고 전화하는 것 안 됨. 이유 없이는 더더욱 안 됨. 놓고 간 물건이 있다는 변명 금지. 개인 SNS에 상대방을 유추할 만한 텍스트와 이미지 업로드 금지. 그 외 공식석상에서 상대방과 관련된 모든 언급 금지. 인터뷰어가 먼저 물어본 경우엔 노코멘트로 일관할 것. 겹치는 지인 모임에 가입하지 말 것.
※취중연락은 페널티 부과하여 경고 2회 적용]
“에잇.”
여나는 제13조를 통째로 블록 지정하여 한 번에 날려버렸다. 기림이 질세라 정색하고 나섰다.
“그걸 왜 지웁니까? 내가 얼마나 열심히 고민해서 적어둔 현실적인 예시들인데.”
당연히 여나도 까칠하게 받아쳤다.
“현실적이긴요. 무슨 합의조항을 이렇게 길고 재수 없게 써요? 그렇게 안 봤는데 사업수완이 되게 나쁘시네요. 우리 명색이 파트너인데요.”
“길고 자세하면 좋죠. 명색이 계약서인데요.”
“길고 자세한 게 아니고 길고 재수 없다니까요?”
“하지만 강여나 씨 재수 좋으라고 제 미래의 운수를 걸 수는 없잖아요.”
“아니, 이 남자는 뭐라는 거야 진짜…….”
“네. 처음엔 그렇게 저를 소 닭 보듯 하더라도 중간에 마음이 바뀔 수 있으니까요.”
“저기요. 그건 저의 미래 운수와도 제법 관련이 있지 않을까요?”
기림더러 그쪽은 절대로 그녀의 취향이 아니라고 맹세해도 믿어줄 것 같지 않았다. 이쯤 되었더니 기대도 안 된다. 여나는 자꾸만 흐려지는 눈에 힘을 주고는 곧장 태블릿 PC의 키패드를 두드렸다.
“잘 봐요. 훨씬 더 간단하고, 서로의 기분도 상하지 않는 좋은 방법이 있답니다.”
[제13조]
여나가 빈칸에 새로운 문장을 쳐 넣었다. 토독토독. 손가락이 빠르게 노닐며 키패드 효과음을 내보낸다.
[좋아하게 되면 꼭 말해주기! 단,]
단언컨대 미취학 아동에게도 이 정도로 친절하게는 설명해주지 못할 것이다.
[거절당할 시, 이유 불문 깨끗하게 마음을 접을 것.]
끝.
단 두 문장만으로 완성이었다. 여나는 의기양양하게 기림을 돌아봤다.
“어때요?”
그러자 기림이 특유의 떨떠름한 표정으로 여나와 태블릿 PC 화면을 번갈아 보다가 대답했다.
“훨씬 직관적이면서 포괄적이네요. 훌륭해요.”
다행히 남 의견이 제 의견보다 나을 때 억지를 부리는 떼쟁이는 아니란다. 그런 쩨쩨한 놈팡이였으면 이미 받아먹은 계약금(지칭명사: 구개새)이고 자시고 계약을 엎었을 터다. 그녀는 무심결에 빙긋 웃었다.
“그럼 이대로 진행할게요.”
“네. 펜슬 거기 꽂혀 있습니다.”
여나가 먼저, 그다음에 기림이 서명을 했다. 간단한 행동이었지만 이로써 두 사람은 법 아래 유효하게 묶이게 되었다. 드디어 한 배를 탔다고. 이제 남은 단계는 양가 어른들을 찾아뵙고 결혼 날짜를 받아내는 것뿐이다.
기림이 말했다.
“잘 부탁해요, 강여나 씨.”
“잠깐만요. 그런데 어른들 뵙기 전에 호칭은 좀 정리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건 오늘부터 고민해봐야죠. 설마 누나란 호칭에 집착하는 편입니까?”
“음……. 그런 건 아니고요. 아무튼 저도 잘 부탁해요, 선기림 씨.”
여나는 머뭇거리다가 그에게 악수를 청했다. 척. 기림도 망설이다가 그 손을 마주 잡았다. 착.
문득 내다본 창밖에 어스름한 어둠이 산뜻했다. 시나브로 여름밤이다. 그러나 전혀 눅눅하지도 끈적거리지도 않아 이상한 밤이었다. 여름이 이렇게 상쾌할 수가 있나?
정말로 너무 상쾌해서, 그때는 미처 상상하지 못했다. 앞으로 그들에게 닥쳐올 수많은 일들을.
“참, 예식까지는 얼마나 걸릴까요?”
“……혹시 지난번엔 얼마나 걸렸습니까?”
“그때요? 한 세 달 정도?”
“……그럼 삼십 일 안에 끝내죠.”
“네?”
“원래 재벌 2세, 3세들은 만난 지 이십구 일 만에 식장 들어가고 그러는 거예요.”
기림은 아주 담백하게 주장했다. 결코 여나의 과거 경험에 비해 한결 원활하게 결혼을 성사시켜서 제 우월함을 증명하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는 듯이.
여나의 입장에선 뭐 그딴 욕망은 알아서 잘 충족시키시고 아무쪼록 귀찮은 일만 안 시켰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따름이었다.
그래서 간단히 요약해보자면……,
결혼 준비 과정은 지옥 같았다.
지옥을 좀 빨리 발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