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여자는 죽이고 싶지도 않고 때리고 싶지도 않아.”

“나 역시 죽고 싶지도 않고 맞고 싶지도 않아요.”

피가 튀고 각목이 난무하는 처참한 싸움의 한복판에 겁도 없이 나타난 작은 여자.

이런 곳에서 마주칠 줄 몰랐던 그녀 지혜를 7년 만에 만났다.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수작은 다 걸 거야. 중무장하고 있어.”

고등학교 때 차인 걸 복수하겠다며 그에게 수작 거는 지혜로 인해 웃음을 찾게 된 한상.

그녀만 보면 웃음이 나오고 편안해진다.

하지만 아버지를 앉은뱅이로 만든 박호석에게 복수하기 위해 조직원이 된 한상은

그 편안함에 안주할 수 없는데…….

[본문 내용 중에서]

“난 여자는 죽이고 싶지도 않고 때리고 싶지도 않아.”

한상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 역시 죽고 싶지도 않고 맞고 싶지도 않아요.”

여자가 떨고 있는 것이 분명함에도 꽤 강단 있는 어조로 대꾸했고 한상은 이 상황에서 겁도 없이 대답을 했다는 것에 놀라움을 느꼈다.

보통 여자라면 울면서 살려달라고 애원을 하기 마련인데 앞에 있는 여자는 애원은커녕 조용히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합의를 보자는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못 본 거야.”

한상이 말하자 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상이 여자가 나온 출입구를 열자 여자가 어둠 속에서 한상을 쳐다봤다. 마치 어둠속에서라도 한상의 얼굴을 기억하려는 듯이.

“들어가.”

한상이 명령하자 여자가 안으로 들어가서 문을 닫으려는데 한상이 제지했다. 순순히 보내줄 것처럼 했던 한상이 다시 붙잡자 여자가 잠깐 움찔했다가 곧 용기를 되찾으며 한상을 쳐다봤다.

“아무것도 못 본 것으로 하기로 했잖아요. 각서 써요?”

여자가 아까보다 조금 더 강단 있게 항의하듯 물었다.

한상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여자의 팔을 잡은 채 안으로 들어갔다.

“각서 대신 얼굴을 봐야겠어.”

“얼굴은 뭐하러요?”

여자가 까칠하게 물었다.

“넌 내 얼굴을 기억해야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을 테고 난 네 얼굴을 기억해야 일어날지도 모르는 불미스러운 일을 방지할 수 있을 테니까.”

한상이 억양 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린 후 벽을 더듬어 스위치를 찾아낸 후 불을 켰다.

갑작스러운 밝은 불빛에 여자가 반사적으로 얼굴을 찌푸리며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눈을 뜨고 한상을 쳐다봤다. 두려움과 두려운 척 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뒤섞인 표정으로.

여자의 얼굴을 확인하던 한상의 미간에 즉시 미세한 주름이 잡혔다.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여자의 얼굴을 쳐다보던 한상은 곧 몸을 돌렸다.

“아무것도 못 본 겁니다.”

한상이 마지막으로 경고한 후 서둘러 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여자가 입을 열었다.

“한상아.”

[프로필]

김랑

한 남자의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

soojiddong897@hanmail.net

출간작

［포도밭 그 사나이］(KBS2TV 미니시리즈 포도밭 그 사나이 원작)

［시크릿 다이어리］(KBS2TV 드라마시티 내가 만난 108명의 남자 원작)

［새빨간 여우］

［사랑을 완성하는 마지막 2%］

［행복한 날 마주 보기］

［우리 집에는 늑대가 숨어 있다］

［이브의 정원］

［씩씩한 강이］전3권

［폭풍의 연인］

［연장 후반 14분］

［은밀골방담］

［유혹의 속삭임］

［행복한 우리］

［진짜, 무인도에 떨어졌다］전2권

［막을 수 없는 사랑］

［달콤달콤 천사님］전2권

［로맨스가 딱이야］전3권

［콜라］전2권

［클럽 맨해튼］전2권

［남자의 눈물］전2권

드라마

한중합작 20부작 드라마 ‘초연’ 김정숙 공저

KBS 드라마게임 ‘아파트 열쇠 좀 빌릴까요?’

KBS 드라마시티 ‘못생긴 당신’ 김정숙 공저

KBS 2009 전설의 고향 ‘흡혈귀애’ 김정숙 공저

KBS 2009 전설의 고향 ‘씨받이’ 김정숙 공저

[목차]

프롤로그

1장 ~ 12장

첫 번째 에필로그

마지막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