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뱅이, 그게 바로 케니 트래블러였다.
게으름 이외에 다른 이유가 있어서 미국 항공사인 TWA가 회원 고객들을 위해 마련한 이 댈러스-포트워스 공항의 쾌적한 라운지에서 쿨쿨 자고 있는 게 아니었다. 영국 항공사 브리티쉬 에어웨이 2193편의 도착 출구로 냉큼 달려가야 할 지금 말이다. 하긴 게으름도 게으름이거니와 처음부터 그 비행기를 마중하러 가고 싶지도 않았지만.
이제 두 명의 남자가 왕왕 떠들어대며 라운지로 들어서는 바람에 케니 트래블러는 움찔 잠에서 깨어났다. 그는 느긋하니 기지개를 켜고 충분히 시간을 들여 하품도 했다. 저쪽에서 회색의 미니스커트 정장을 세련되게 걸친 예쁘장한 여자가 생긋 웃어 보이길래, 그 역시 씨익 웃어주었다. 그리고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이런, 그 비행기가 벌써 삼십 분 전에 도착했겠군. 케니는 다시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또 기지개도 켰다.
「저기…….」
그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가 말을 걸어왔다.
「귀찮게 해서 죄송해요. 하지만 낯이 많이 익어서요. 혹시 당신의 직업이…….」
「예, 제가 바로 그 사람입니다.」
케니 트래블러는 스테트슨 모자를 삐뚜름하니 쳐 올리며 하품에 가까운 졸린 미소를 깨나른하게 지었다.
「이렇게 로데오 경기장 밖에서도 저를 알아봐주시다니, 어깨가 으쓱거리는군요. 그 정도로 열광적인 팬은 별로 없거든요.」
여자가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로데오? 어머, 당신이 케니 트래블러인 줄 알았는데. 그 골프 선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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