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지 데브로우는 신랑의 이름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나, 씨어도시어는 그대…….」
그녀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아버지가 두 사람을 소개시켜준 것이 몇 일 전의 일이었고, 끔찍했던 그날 아침에 세 사람은 결혼 허가증을 받으러 갔는데, 데이지는 그때 처음으로 신랑의 이름을 들었었다. 바로 직후에 남자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렸고, 몇 분 전 데이지가 센트럴 파크 웨스트(Central Park West, 뉴욕 맨해튼에 있는 거리 이름)에 자리잡은 복식형 아파트(Duplex, 상‧하층을 한 가구가 씀)의 계단에서 내려와 결혼식이 치러지는 거실에 들어설 때까지 한번도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아파트의 주인인 아버지가 바로 뒤에서 온몸으로 ‘불만’을 내뿜고 있는 것이 느껴졌지만, 데이지에게는 새삼스러울 것이 없었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태어나기 전부터 자신에게 실망을 품고 있었던 아버지의 마음을 돌려놓을 순 없었다.
그녀는 아버지가 돈으로 산 신랑을 슬쩍 곁눈질했다. 속된 말로 끝내주게 잘생긴 남자, 타인을 압도하는 장신의 체격, 군살 없는 근육질의 몸매, 기분 나쁜 호박색 눈동자, 보기만 해도 무서운 표정을 지닌 끝내주게 잘생긴 남자. 엄마가 살아 계셨으면 아주 마음에 들어 했으리라.
1년 전, 요트에 화재가 일어나면서 세상을 하직한 라니 데브로우는 사고 당시 스물 네 살의 록 가수의 품에 안겨 있었다. 처음엔 엄마를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았지만 결국 그런 상태에서 벗어났고, 이제 데이지는 엄마의 취향을 충족시키기에는 옆에 있는 남자의 나이가 너무 많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혼자 슬그머니 미소지었다. 남자는 삼십대 중반으로 보였지만, 생전에 엄마가 상대했던 남자들의 나이는 대개 스물 아홉 살 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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