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마세요…… 사장님…….”
그녀의 마지막 말끝에 윤초는 자신도 모르게 털썩 의자 위로 주저앉고 말았다.
“사……장님이라고……?”
멀쩡한 두 귀로 똑똑히 듣고서도 그는 혜미가 여운처럼 마지막 남겼던 말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이젠 가지 마세요. 사장님. 저만 혼자 두고 가지 마세요. 사장님…….”
두 눈을 꼭 감은 채 그녀는 서럽게 울고 있었다. 하얀 베개 위로 뚝뚝 떨어지는 혜미의 뜨거운 눈물을 발견하자 그는 그만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허탈한 웃음이 윤초의 가슴 한가운데를 날카롭게 할퀴며 지나갔다. 혜미는 자신의 병실을 지키고 있는 사람을 윤초가 아닌 윤준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어째서 그녀가 두 사람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이처럼 크나큰 실수를 저지를 수가 있는 것인지 그는 그저 허무할 따름이었다.
‘나를 지금 준이 형으로 착각하고 있는 거야? 박혜미. 그래서 그렇게 내 손을 놓지 못하고 입가엔 행복한 미소를 머금고 있던 거였어? 우리 형이 네 옆을 지켜주는 줄만 알고……?’
윤초라는 남자가 지금 이 순간처럼 또 비참한 적이 있었을까? 그녀의 말 한마디에 이렇게 절망하고 바보 같은 웃음만 짓고 있는 자신이 윤초는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 박혜미. 얼마든지 나를 준이 형으로 착각해도 좋으니까 제발 빨리 낫기만 해. 네가 지금 행복한 미소만 머금을 수 있다면 난 얼마든지 준이 형이 되어 줄 테니까. 이런 내 자신이 조금은, 아니 솔직하게 말하자면 아주 많이 자존심 상하고 비참하긴 하지만 전부 참아줄 게. 널 위해서라면 이 따위 자존심은 잠시 동안 내팽개쳐 둘게.’
그의 손을 잡고 있는 혜미의 손등 위로 눈물이 방울져 떨어졌다. 기어이 그녀의 손등 위를 적시는 자신의 눈물에 윤초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작가소개】

우연히 인터넷에 올리기 시작한 글들이 어느덧 저를 작가로 성장시켜 주었습니다.
그동안 출간된 작품에는 <잃어버린 추억> <흥분이> <홀로서기> <그래서 우리는 사랑했다>
<그녀가 돌아왔다> <그 여자의 이중생활>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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