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고 성, 그에게 그녀 주여이는 정략결혼으로 맺어진 아내이기 전에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마녀였다. 그런 그녀를 사랑해 버린 그는 그녀를 영원히 자신에게 묶어 두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라면 100억도 아이를 낳아 달라는 각서도 그에게는 그 어떤 것도 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주여이. 회사에서 마녀라 불리어지는 그녀는 사랑하는 아버지의 회사를 살리기 독고 성과 정략결혼을 했다. 그런데 그녀는 어느 날 알게 되었다. 그녀 자신이 그의 성에 갇혀 버렸다는 사실을. 너무나 높고 견고해거 한번 들어오면 절대 헤어 나오지 못하는 성에. 그렇지만 사실 그녀는 성을 빠져 나오고 싶은 생각 따위 없었다.




[본문 중에서]


“윽.”
일순간 그녀의 다리가 그의 정강이를 사정없이 걷어찼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너무 진하게 밀려오는 고통에 주저앉아 2차 응징을 피하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익숙한 응징이었지만 그래도 거의 일주일에 한번정도 걷어차여지다 보니 신 대리의 정강이는 속병이 든 것인지 어째 날로 더 아파지는 것 같았다.
“어라? 지금 너 어디서 소리를 내니? 내가 널 왜 내 밑에 둔지 알아? 네가 스펙이 좋아서? 아니면 내 대학 후배라서? 노! 그래도 너란 놈은 내가 믿을 수 있는 놈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야. 그런데 넌 번번이 내 믿음을 흔들고 깨부수고 있어. 널 어떻게 할까? 응?”
“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그 입으로 그 말이 튀어나와? 미친 새끼!”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지호를 바라보고 서 있던 그녀는 더 이상 그 꼴을 보고 있기 싫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어쭈! 뛰어 안 가지? 당장 가서 빨리 수습해. 만약 다시 그따위로 일을 하면 너는 물론 시공사도 계약위반으로 잘라 버린다고 전하고. 알지? 내 더러운 성질과 너무나 과감한 결단력에 대해서는.”
“예. 본부장님. 그럼…….”
부리나케 꽁무니를 빼며 달려 나가는 신지호를 바라보고 섰던 그녀는 그제야 화가 좀 가라앉는 듯 엷은 미소를 지으며 바짝 얼어붙어 그녀만 쳐다보고 있을 사무실 밖의 직원들을 향해 천천히 몸을 돌렸다. 전면이 유리된 그녀의 사무실은 블라인드를 내리지 않으면 안이 훤히 보이는 구조라는 것을 잠시 잊고 지호에게 폭행을 가한 그녀는 그 모든 것을 보고 있었을 직원들을 안심시켜야 했다.
그녀가 씨익 웃어 보이자 후다닥 제자리로 돌아가 열심히 일하는 척 하고 있는 직원들을 보며 그녀는 오늘도 직원들의 점심 반찬으로 자신이 꽤 씹힐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그렇잖아도 요 며칠 일이 제대로 되지 않아 미칠 것만 같았다. 그녀의 아버지인 주강성 대표이사의 청천벽력 같은 통보에 하루하루를 견뎌내기가 지옥 같아 그녀 스스로도 감정 조절이 안 되고 있었다.
“제 정신이 아니신 거야. 그렇지 않고서는 어떻게 그런 말도 되지 않는 소릴…….”
며칠 전 밤 그녀를 붙잡고 어렵게 꺼내신 말에 그녀는 사실 쇼크를 받았다. 요즘 세상에 그런 말도 되지 않은 결혼을 하라는 아버지에게 그녀는 딱 잘라 거절하고 일어섰다. 더구나 결혼이라면 하고 싶어 안달이 난 막내 여세가 있는데 왜 하필이면 독신주의를 표방한 그녀에게 그런 웃기지도 않는 결혼을 하라는 것인지 도무지도 아버지도 그녀와 결혼을 하겠다는 그 웃기지도 않는 남자도 이해 할 수가 없었다.
똑똑.
그녀의 끝없는 생각 고리를 여지없이 잘라 주는 고마운 노크 소리에 문 쪽으로 힐끗 쳐다보니 조금 전 자신의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해건 건설 대표이사이자 그녀의 독재자 아버지가 떡하니 서 있었다. 안내를 한 직원의 얼굴에 두려움이 가득한 것을 보니 아마도 그녀 또한 험상궂은 아버지 때문에 불편한 것 같았다. 아무런 말도 없이 아버지가 자리를 잡고 앉는 사이 그녀는 블라인드를 내렸다. 직원들에게 또 다시 한바탕 난리를 피우는 모습을 보여 줄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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