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옛날, 매우 특별한 맥주가 있었다.
신비하고도 강력한 힘을 준다는 그 특별한 맥주의 이름은 ‘헤더 에일’이었다.
황금빛 헤더 에일을 처음 만든 이는 벌거벗은 몸에 푸른 칠을 하고 스코틀랜드 구릉지대를 누비던 픽트 족 전사였다. 그 이교도 전사들은 전장에 나가기 전 헤더 에일을 마셨다. 그러면 그들은 율리우스 카이사르도 당해내지 못할 만큼 용맹해졌다.
하지만 그 맥주를 만드는 법은 철저히 비밀에 붙여졌다. 그러니 맥주 원료로 허브, 밤나팔꽃, 수정 구슬, 핏빛 헤더(자주, 분홍, 흰색 꽃이 피는 관목으로 구릉지대에서 자람-옮긴이) 등 별의별 것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어떤 이는 헤더 에일이 맥주를 만드는 이, 즉 언덕에 사는 난쟁이들 때문에 마력을 가지게 되었다고 믿었다. 이들은 헤더 에일의 마력이 만드는 사람의 마음이나 꿈, 소원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했다.
어쨌든 헤더 에일이 어떻게, 왜 마력을 가지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러나 마력이 있는 것만은 틀림없었다.
픽트 족의 몰락으로 헤더 에일의 비밀스런 주조법도 사라졌다. 그 뒤 사람들은 오랫동안 헤더 에일을 되살리려 애썼다. 어떤 이는 문신 새긴 난쟁이들의 보물상자를 찾아 언덕을 깊이 파내려 갔다. 어떤 이는 커다란 검은 통에 이상한 잡초를 집어넣고 아무도 알아들을 수 없는 주문을 외웠다.
양조장 아낙네들은 맥주를 끓일 때 빛나는 수정을 솥에 떨어뜨렸다. 그리고 맥주 통에 묘약과 영약을 붓고 그 맥주가 전설의 맥주라고 떠벌리기도 했다. 그 결과 독성을 띤 맥주를 마시고 죽는 사람이 생겼고 많은 양조업자들이 처형되었다.
800년이 넘도록 헤더 에일의 주조법은 발견되지 않았다. 의심 많은 사람들은 헤더 에일이 그저 지어낸 이야기일 뿐이라고 말했다. 헤더 에일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헤더 에일이 있다고 믿었다. 브라우니(스코틀랜드 전설에서 밤에 나타나서 몰래 농가의 일을 도와준다는 작은 요정-옮긴이)와 같은 작은 사람들과, 굴(무덤을 파헤치고 송장을 먹는다고 하는 귀신-옮긴이), 유령이 나타난다는 초승달이 뜨는 밤에 마법의 맥주를 맛보았다는 사람도 있었다. 사과술이 맛좋은 포도주가 되고, 짚이 금사(金絲)가 되고, 마음이 도둑맞는다는 마법의 밤에, 사랑이 무르익는다는 마법의 밤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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