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우 한국항공 조종사. 아내를 사별하고 아들 민서만을 키우며 살아왔다. 극지방처럼 차갑고 단단한 그의 가슴을 녹이는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사람의 마음이 하나인줄 알았다. 여기, 여기 내 안에 마음이 있다면 나는 그게 심장처럼 하나인줄 알았거든? 그런데 그게 아니었어. ……여기 이 옆에 작은 종기처럼, 또 다른 작은 심장처럼 펄떡거리고 뛰는 게 하나가 더 생기는 거야. 내가 그녀를 볼 때마다 쿵쿵 울리고, 다른 남자를 향해 웃어주는 밝은 미소에 그 심장이 조이듯 아파오는 게, 그게 또 다른 모양을 갖고 있는 사랑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을 하지 않았었지……. 다른 누군가를 바라보면서 내 심장이 다시 아파질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어. 그런데…… 내 심장이, 내…… 여기가, 몹시 아프다, 임다인, 당신으로 인해서…….


임다인 유치원 교사. 홀어머니의 손에서 자란 때문인지 민서의 외로움과 아픔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나는 왜 당신에게 자꾸만 눈길이 가는 걸까요?

나, 선우 씨 등을 봤어요.
쓸쓸하게, 누구에게도 보이지 못하는, 선홍빛 피가 철철 흘러내리는 커다란 상처가 입을 벌리고 있는 아픈 등을 보고 말았어요.
할 수만 있다면 내가… 선우 씨 등에 흐르는 그 선혈을 닦아주고 싶어요.
상처를 아물게 하는 건 어렵겠지만, 더 이상 피가 흐르지 않도록 깨끗하게 닦아내고 감싸주고 싶어요…….
내가 그럴 수 있도록, 나에게 용기를 줘요.
당신을 더 많이 사랑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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