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 피아니스트로서 명성을 얻기 시작한 애비게일은 어느 날 연주회에 나타난 청년 사업가 케어와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은 곧 약혼을 하지만, 계속되는 케어 여비서의 방해로 애비게일은 참다못해 비서와의 관계를 추궁한다. 그런데 케어는 병적인 질투라고 그녀를 몰아붙이더니 파혼을 선언하고, 심지어 마지막으로 그를 만나러 나간 애비를 그의 차가 치고 달아나 버린다! 그 사고로 인해 영원히 피아노를 칠 수 없게 된 애비. 그런데 그녀를 위한 자선 파티에 또다시 케어가 나타나는데….

▶책 속에서

「당신과 할 얘기가 있어… 그 후의 사태를 좀 듣고 싶어」

케어는 애비게일의 팔을 난폭하게 움켜쥐며 말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마치 신경쇠약에라도 걸린 사람 같잖아. 게다가 이렇게 여위다니…」

뻔뻔스럽게도 이런 소리를 지껄이다니! 애비게일은 케어의 손을 뿌리쳤다.

「난 아무렇지도 않아요!」

「거짓말을 해도 소용없어.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의 당신은 건강하고 포동포동했었어, 그런데 지금은 아사 직전의 모습이라니!」

애비게일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악몽 같은 날의 기억이, 케어가 운전하는 자동차가 그녀를 향해 질주해 오던 모습이 생생하게 머릿속에 떠올랐다.

「당신이야말로 내가 죽건 말건 상관없다는 식으로 행동했으면서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걱정하는 척하는 게 우습군요」

「내가 약혼을 파기했을 때 당신의 기분이 어땠으리라는 건 짐작이 가. 하지만 아무리 소유욕이 강한 당신이라 하더라도 실연 좀 했다고 해서 죽음을 자초할 리는 없지」

「난 파혼에 관한 얘기는 한 마디도 입 밖에 내지 않았는데…」

애비게일은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말했다. 몇 개월 만에 왼쪽 손이 다시 쑤시기 시작했다. 부상을 입은 뼈와 신경이 그때의 고통을 기억해낸 것인지도 모르겠다.

「애비,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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