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해요.”

“뭐?”

“들었잖아요.”

“이혼? 지금 내가 제대로 들었나.”

규민이 두 달 만에 지하철 역에서 찾게 된 세연, 그 둘은 부부이다.

신라그룹의 사장 규민과 그의 아내 세연.

규민은 두 달 전 아이를 유산하고 왜 집을 나갔는 지,

그리고 왜 노숙자 생활까지 하며 지내야 했는지 이유를 묻지만

세연은 묵묵부답 이혼만을 요구한다.

“죄송합니다. 솔직히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몰라서요.”

“무슨 말씀이신지 …….”

“이문경 씨에 관한 얘기입니다.”

“김 비서님…… 아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문경 씨 그런 사람 아닙니다.”

어느 날 규민은 김 비서로부터 친구 문경에 대한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자신의 가족과 친하게 지내고, 세연에게 잘 대해주던 문경이었다.

그런 문경이 세연의 가출, 그리고 유산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규민은 두 얼굴의 문경에게서 세연을 지킬 수 있을까?

[본문 내용 중에서]

“널 변하게 만든 게 뭘까?”

부드러운 말 속에 감춰진 속 뜻을 모를 그녀가 아니었다. 그때까지 시선을 전혀 마주치지 않으려 하던 세연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향했다. 하지만 이내 다시 고개를 떨어트리자 그는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지금 당장 그녀에게 자신을 확인시키고 확인 받고 싶었다. 욕망이라는 견딜 수 없는 불길은 그 어떤 것도 자신을 제지할 수 없을 정도로 거세었고 무서웠다. 얼마나 세연을 원하는지 …… 알고 있을 것이다. 막상 결심을 했지만 그녀의 얼굴을 본 순간 힘들게 마음을 다 잡았다. 지금은 세상의 어떤 것보다 세연의 건강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했다.

“좀 더 몸이 회복 되면 얘기하지.”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아요. 당신하고 얘기하고 싶지 않단 말이에요. 무슨 얘기를 하라고요!”

책상으로 향하려던 걸음이 그녀의 거친 목소리에 멈췄다. 뒤를 돌아보거나 그녀에게서 시선을 향한 것은 아니었다. 묵묵히 서 있을 뿐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았다. 등 뒤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꼼짝하지 않았다. 그런 그의 모습이 더욱 애를 타게 하는 것 같았다.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그의 눈빛이 굳어지더니 소름이 돋을 정도로 냉기에 찬 목소리가 들렸다.

“당신이 그러면 그럴수록 궁금증을 느끼게 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겠지.”

“제발 …….”

그녀의 말을 무시한 채 책상 의자에 앉은 그는 마치 세연의 존재를 잊어버린 듯 일에 열중했다. 하지만 머릿속은 오직 그녀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평소 한 번에 해답을 얻어낼 일인데 몇 번을 반복해서 다시 읽어야 했다. 겉으로 보이는 그는 완벽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정작 본인의 머릿속은 혼란 그 자체였다. 얼마나 그렇게 있었을까? 갑자기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그는 들고 있던 펜을 세게 움켜쥐었다.

“아저씨…….”

“그 호칭 싫다고 했을 텐데.”

주세연의 남편이란 이름으로 부부가 되었을 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이가 바로 자신이었다. 결혼하고 난 뒤부터 무슨 일이 있어도 호칭만은 제대로 부르자고 했었다. 아저씨란 호칭에 인상을 찡그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녀와의 거리가 느껴져서 싫었다. 그런데 누구보다 자신이 그 호칭을 싫어한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고, 그럴 때마다 늘 정정해주었다.

“미안해요.”

진심이 담겨 있는 사과에 더 이상 할말이 없었다.

“내가 들어야 할 말이 아니라면 아무 말도 하지 마.”

[프로필]

서미선

그다지 할 얘기가 별로 없음.

사람을 좋아해서 집에서 수다 떨면서 노는 것을

좋아해서 틈만 나면 놀 생각만 함.

출간작 - 〈후견인〉, 〈루비레드〉, 〈잔인한 사랑〉, 〈가면〉, 〈카인과 아벨〉, 〈부부〉, 〈지독한 거짓말〉, 〈피의 베일〉, 〈넌 내게 지옥이었어〉, 〈되찾은 약혼녀〉, 〈아내〉, 〈레드 러브〉, 〈백설화〉, 〈도령〉, 〈홍분지기〉 외 다수

[목차]

프롤로그

일장 ~ 십일장

에필로그 하나

에필로그 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