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중이었냐?”

영웅은 리라의 어깨 너머로 노트북을 힐끗 들여다보았다. 리라는 아슬아슬하게 그가 보기 전에 띄워놓았던 영화를 껐다. 다행히 영웅이 들여다보았을 때는 한글파일만 떠 있는 상태였다.

“응. 그런데 잘 안 풀리네.”

“나 물 좀 줘.”

리라가 일어서서 싱크대 쪽으로 가자 영웅은 가만히 글을 읽어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고 있는 리라 뒤에 가 섰다.

‘아차!’

아무 생각 없이 말한 것일 뿐이었는데 갑자기 리라의 뒤로 영웅이 바짝 몸을 붙이자 그제야 리라는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자신이 쓰고 있는 부분이 남녀 간의 미묘한 체위에 관한 내용이었기 때문이었다. 리라는 뒤로 돌아보지도 못한 채 더듬거리며 중얼거렸다.

“어, 그게 그러니까 그 자세가 말이야. 남자가 여자를 들어 올리는 동시에 몸을 돌릴 수가 있을까 하는…….”

“이리와 봐.”

갑자기 영웅의 입김이 목덜미에 닿자 리라의 말문이 탁 막혔다. 영웅의 두 손이 리라의 통통한 허리에 닿았다. 얇은 면 티를 통해 그의 체온이 고스란히 느껴지자 리라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뭐, 뭐하는 거야?”

그러나 영웅은 대답도 없이 리라의 허리를 강하게 움켜잡았다. 리라는 그 순간 세상이 멈추는 줄 알았다. 도저히 숨을 내쉴 수가 없었다.

“노영웅.”

그 순간이었다. 리라의 몸이 공중에 붕 뜨며 동시에 영웅을 향해 몸이 빙그르르 돌았다. 순식간에 냉장고 옆에 붙어있는 싱크대 위에 앉혀진 리라와 그녀의 다리 사이에 자리 잡은 영웅은 서로 마주보게 되었다. 리라의 얼굴이 순간 발그레하게 물들었다. 영웅은 말없이 그런 리라를 바라보았다.

“되네. 그대로 쓰면 되겠네.”

* 필명 ; 정 운.
* 활동 닉네임 ; 유리포시.
* 활동무대 ; 로망띠끄.
* 거주 ; 해운대 바닷가.
* 쓴 글 ; 사랑하기 좋은 놈 (로망띠끄 이북 출간)
* 메일 ; won007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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