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마치 아름다운 장미와도 같았다. 꽃처럼 붉게 피어나, 독처럼 달콤한 향기를 퍼트렸다. 나는 그의 치명 앞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완벽한 포로였다. 』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 이한주

『무뚝뚝하다고 생각하면 다정했고, 다정하다 싶으면 너무나 성숙한 남자의 냄새를 풍겼다. 그것은 매혹 그 자체였다. 』

알면 알수록 종잡을 수 없는 남자, 다니엘

『 깨어나 보니 그곳이었다. 그리고 거기엔 과거와 현재를 나누는 두 남자가 있었다. 』

기억을 지울 수밖에 없었던 여자, 한지민



“우리 사이에……. 용서라는 단어가 가당키나 한가? 용서를 집어넣기엔 너무 멀리 오지 않았어?”
한주는 파문이 이는 지민의 눈동자를 천천히 지켜보았다.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충격 먹은 기색이 완연한 얼굴로 지민은 거의 울먹였다. 물기 어린 눈동자는 점차 그 빛깔마저 탁하게 가라앉았다.
“한지민. 내가 뭐 하나 말해 줄까?”
속삭이는 듯이 은근한 목소리는 자못 유혹적이기까지 했다. 한주가 한층 더 고개 숙여 그녀의 귓가에 입술을 가까이 갖다 댔다. 숨결이 뜨거웠다.
“네가 미치도록 싫어. 그래서 미치도록 괴롭히고 싶어.”
“…….”
“콱 죽어 버리게.”
지민이 눈꺼풀을 파르르 떨며 눈을 감았다. 힘주어 잡은 주먹이 덜덜 떨렸다. 목소리는 머리털을 쭈뼛쭈뼛 서게 할 만큼 냉정했고 음산했다. 가까스로 숨을 억눌렀지만 곧이라도 폭발해 터질 것 같았다. 참기가 어려웠다. 절망적으로 그녀의 안색이 파랗게 질려가는 걸 한주는 느긋하게 지켜보았다. 체념, 절망, 원망. 형용할 수 없는 빛깔의 고통으로 너덜너덜해진 걸 확인한 그가 비릿하게 입꼬리를 치켜 올렸다.
“울어?”
한 손으로 그녀의 뺨을 감쌌다. 엄지손가락으로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닦아주며 다정하게 속삭였다. 어제 자신이 운 것 때문에 그가 화를 내었던 것을 떠올렸던 지민은 여전히 숨을 푸들거리면서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그래. 울지 마……. 끝까지 버텨야지.”
“…….”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둘 중 하나가 죽어야 끝나는 게임이라면, 버텨. 끝까지……. 알겠니?”
눈물이 그렁그렁 한 채로 한주를 올려다봤다. 완연히도 순수한 악이었다. 그에게선 한 치의 죄책감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그는 죄책감이란 걸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가 지민의 이마에 살짝 키스했다. 이마에 닿는 촉촉한 느낌은 금세 증발해 버렸다. 물끄러미 그를 올려다봤을 때 한주는 기괴할 정도로 잔인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는 뒤도 안 돌아보고 스쳐 지나갔다.

- 백우시 -

나는 오롯이 글을 쓸 때에만 존재한다.
살기 위해 호흡을 하듯
심장 박동은 글을 쓰기 위해 손을 드는 순간 발동한다.
그러므로 지금 할 수 있는 말은 열심히 쓰겠다는 말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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