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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나는 명랑하다

임지영(디카페) 지음도서출판 가하2018.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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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 979-11-300-310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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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 소개
“저는 제게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잘 몰라요. 그래서, 그래서 저는 명랑해요.”
평생 루푸스를 앓아야 하지만, 언제나 밝고 명랑한 하나는 냉철한 독설가 외과의 김 과장을 만난다. 사사건건 부딪치며 자신의 주위를 맴도는 하나에게 점점 신경이 쓰이는 진우.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린 그는 마음을 고백하기에 이르는데…….
“정말로 겁이 나는 건 혹시, 내가 만약에 과장님을 두고 가게 되면 당신이 나를 잊을까 봐……. 과장님이 웃으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걸어가면 얼마나 멋진지, 나는 죽은 뒤에도 잊지 못할 거 같은데 과장님은 잊어버릴까 봐.”
“죽으면 바로 그날로 잊어버릴 테니까, 땅에 묻어버리고 바로 다른 여자 만날 거야. 그러니까, 그런 생각은 하지 마.”
2. 작가 소개
임지영(디카페)
재능은 끈질긴 인내다. 라는 말을 삶의 신조로 삼고 있는 이야기꾼입니다. 읽는 사람도 쓰는 사람도 즐거운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3. 차례
#1. 막말하는 선생님
#2. 문페이스
#3. 과장님의 애인
#4. 귀찮은, 신경 쓰이는 환자
#5. 알면 됐어
#6. 그녀의 고양이 1
#7. 그녀의 고양이 2
#8. DG 그리고 과장님
#9. 한밤의 데이트
#10. DG의 급습
#11. 하나 그리고 둘
#12. 김 과장 화나다
#13. 그러지 마세요 1
#14. 그러지 마세요 2
#15. 그녀의 집
#16. 사랑한다고 말해줘
#17. 가족들
#18. 바다여행
#19. 결혼
#20. 감당할 수 있는 불안이란
#21. 사고
#22. 사랑하기
#에필로그 1
#에필로그 2
4. 미리 보기
하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계속 걸어갔다. 혈액암센터를 지나고 뇌종양센터를 지나는데 여자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하나는 살짝 멈췄다.
사람들이 지나다니지 않는 끝쪽 복도의 꺾어진 방향에서 젊은 아가씨의 흐느낌이 들렸다. 그리고 저음의 매력적인 남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아무도 오가지 않는 그곳에서 나오는 울음 섞인 여자의 하소연이 하나의 발길을 끌어당겼다. 암이 어쩌고 하는 소리도 있다.
하나는 살금살금 벽에 붙어 귀를 기울였다. 여기도 사형선고가 내렸다. 죽음의 기운은 너무나 이상하다. 사람을 끌어당기고, 궁금하게 하고, 이렇게 엿듣고 싶게 만든다. 여자의 목소리는 암 환자치고는 꽤나 크다.
“선생님, 저요 이제 스물아홉 살이에요, 아직 처녀 딱지도 못 뗐고요, 애도 못 낳아봤어요. 이대로 그냥 방사선치료 시작할 수 없어요. 저희 언니도 발병한 지 6개월 만에 죽었다고요.”
여자는 이제 흐느끼고 있다. 아직 남자랑 잠도 못 자보고, 애도 못 낳아본 아가씨에게 감정이 이입되었다. 저 밑바닥의 무의식이 너도 같은 신세가 아니냐고 비아냥거리는 듯해서일까. 감정이 가라앉아 하나는 의자에 기대었다. 정말 기댈 곳이 필요했다.
“정수지 씨, 암에 걸리지 않았으면 남자와 만나서 섹스를 하고 애 낳을 수 있을 거 같아? 남들도 보는 눈이 있어.”
흐느끼던 아가씨가 놀라서 숨을 들이켰다. 하나가 따라서 놀랐다. 하지만 자신이 놀란 것이 저 매력적인 저음 목소리의 내용에 기인한 것인지, 남모를 아가씨가 놀라자 따라 놀란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되도 않는 소리 하려고 수술 마치고 밥도 못 먹은 나를 이렇게 복도에서 붙잡고 떼쓰지 말고, 내일부터 방사선치료 들어가니까 제시간에 나와요. 또 치료 빼먹고 돌아다니다 쓰러져서 정 원장님께 민폐 끼치지 마시고. 그 몸으로 돌아다니다 쓰러지면 암이 아니라 뇌진탕으로 죽을 겁니다. 무게와 충격은 비례하거든. 죽기 전에 정말 처녀로 죽을 거 같으면 나라도 희생하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하나는 문득 그녀의 얼굴이 궁금해졌다. 그때였다. 여자의 씩씩거리는 숨소리가 복도를 넘어서 이곳까지 밀려온다. 다음 순간, 앞의 남자의 것임이 확실한 뺨을 후려치는 소리가 울렸다.
소리는 꽤나 커다랗고 차지게 울리며 병원 복도의 알코올 냄새와 부유하는 죽음의 서늘한 기운을 순식간에 날려버렸다. 아가씨가 소리를 버럭버럭 질러댔다. 온 병원에 울려서 지금까지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이 복도를 사람들이 흘긋거리며 돌아다본다.
“야! 내가 정말! 집안에 암 환자가 넘쳐나서 전문 암센터에 최고의 의사들이 모여 있다고 해서! 이 병원에, 당신 능력하고 싸가지가 병원 최고라는 소문도 다 알고 왔는데! 기대 이상이네, 기대 이상이야! 내가 고소할 거야, 나도 보는 눈이 있다고!”
아가씨는 분노에 넘치는 하이톤을 내뿜으며 쿵쿵 발소리를 울리더니 코너를 돌아서 이쪽을 향한다. 하나는 놀라서 벽에 바싹 붙었다.
아가씨는 척 봐도 90킬로그램은 넘는 것 같다. 뚱뚱한 몸이 착 달라붙는 고급 정장을 찢고 나오려는 노력을 숨기지 않았다. 그녀의 높은 하이힐이 부러질까 봐 보는 사람이 불안했다.
아가씨는 퉁퉁 부은 눈에서 흘러나온 검은색 마스카라 눈물로 병원 바닥을 검게 물들이면서 쿵쿵 뛰어나갔다. 그 뒤로 파란 수술복에 키 큰 남자가 어슬렁거리며 걸어왔다. 놀라서 벽에 붙은 하나가 벽에 손을 댄 의사를 올려다보았다.
의사는 한쪽 뺨을 만지면서 하나를 쳐다봤다. 하얀 얼굴에 약간 긴 앞머리를 여학생이 쓰는 것 같은 종류의 머리띠로 고정시킨, 의외로 미남자이다. 날카로운 눈은 웬만한 사람은 눈빛으로도 죽일 수 있을 만큼 한 카리스마 하신다.
이분이라면 바로 눈앞에서 여자에게 ‘네가 그 얼굴로 남자와 잘 수 있을 거 같아?’라는 말을 정말 자연스럽게 마치 ‘눈썹이 갈색이네요.’라는 투로 하고도 남겠다.
날렵한 콧대에 길게 올라간 눈매가 시원하고, 긴 속눈썹이 차가운 눈망울 위로 깊은 그림자를 드리우면서 무언가 말할 수 없는 사색적인 분위기마저 풍겼다.
하나는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만화에서 빠져나온 것 같은 의사 선생님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 긴 속눈썹을 내리깔면서 의사 선생님이 하나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입을 열고 하얀 냉기라도 뿜는 듯 건조하고 차가운 한마디를 던졌다.
“당신 누구야? 암 환자야? 아니면 열성팬? 내가 모르는 얼굴이니 외과 암 환자는 아니고, 내 얼굴을 똑바로 보고 서 있으니 내 열성팬도 아니고, 1층 내과의 새로 온 간호사가 자꾸 왼쪽과 오른쪽을 헛갈려서 혈액검사를 암센터로 보내는데 그거구만?”
하나는 몰래 엿듣지 않았다는 표시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어필을 가득 담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갑자기 분기탱천했다. 의사 선생님이면 아직 결혼도 못 하고 남자와 잠도 못 자본 여자에게 그렇게 막말을 해도 되는 것인가? 하나가 상기된 채 분노에 찬 목소리로 항의했다.
“선생님은 언제나 그렇게 사람을 무시해요? 여자에게 뚱뚱하다고 남자친구를 못 사귄다거나 아이를 못 낳을 거라는 말이 그렇게 쉽게 나오세요?”
하나가 의사를 노려보았다. 의사 선생이 얼굴을 들자 날렵한 턱선이 우아하다.
“그럼 쉽게 나오지. 사실이니까.”
“혹시 알아요? 지금 병원을 나가서 처음으로 만나는 남자와 사귀게 될지?”
의사 선생이 한쪽 입가를 끌어올리며 냉소를 흘렸다. 하나의 둥근 얼굴을 바라보며 한심스럽단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봐. 솔직해지지? 그 여자가 암을 고치고 건강해질 확률이 남자와 잠을 잘 수 있는 확률보다 높을걸?”
하나가 눈썹을 치켜세웠다.
“우와, 그런 독설은 타고나요?”
“진실을 듣고선 상대방을 비난하는 게 취미야?”
“외모로 사람을 무시하는 거 아니에요! 뚱뚱하다고 남자친구를 못 사귄다거나 아이를 못 낳을 거라는 말을 그렇게 쉽게 하시는 게 아니라구요!”
의사 선생이 그녀를 찬찬히 훑어보았다. 그리고 가방에 삐죽 튀어나온 약봉지와 처방전을 힐긋 보았다. 냉랭하고 차가운 미소가 입가에 슬쩍 걸쳐졌다가 사라지는 것 같다.
“가방에서 튀어나온 약 처방전을 보니 환자 가족이 아니라 환자인데, 병으로 한가한 일상이 무료한가? 이렇게 불치병 병동을 돌아다니며 엿들은 남의 불행이 자신의 불행을 위로해줘? 아니면 아까 그 여자의 불행이 자신의 불행 같아?”
하나가 놀라서 올려다보았다. 쭉 훑어본 게 다인데 이 의사 선생은 진정 훌륭한 외과의인 게 틀림없다. 정말 날카롭게 정답을 도려낸다. 하지만 나는 암 환자가 아니다. 그리고 그녀의 불행을 자신의 불행으로 생각하지도 않는다.
근본적으로 암 환자는 치료가 가능하거나, 불가능하거나, 이겠지만 자신의 병은 영영 치료할 수 없다. 이 병은 그저 당뇨처럼, 무좀처럼 죽을 때까지 같이 가는 것이다. 너무 아플 때는 차라리 암이었으면 결론이 빨리 나지 않을까, 생각한 적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금은, 나의 병이 이것이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살 가능성이 암보다 훨씬 높다. 살아남을 희망이 암보다 많다.
나는 오늘 세 번째로 병이 다시 악화됐다는 진단을 받은 루푸스 환자이다. 그리고 내 가방 입구에 걸쳐진 종이는, 약만 먹어도 하루 종일 배부를 정도로 많은 약 이름이 쓰인 귀중한 처방전이다.
오늘도 스테로이드 약으로 인해 얼굴은 달덩이, 이른바 문페이스이다. 마치 백일몽에서 깨어나듯 하나가 죄송하다는 듯 고개를 꾸벅하고 숙였다.
“엿들어서 죄송합니다. ……그런데 저 아가씨는 싫다고 했지만 저는 좋은데, 혹시 저에게도 희생하실 수 있으세요?”
의사 선생이 무슨 일인지 궁금하다는 얼굴로 다가오고 있는 흰 가운을 입은 젊은 인턴 선생에게 물었다.
“여기 정신과는 어디쯤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