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민 : 아내가 죽으니까 내 심장도 죽어 버렸어. 난 살아 있지만 죽은 존재야. 날 살릴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 바로 내 아내 민주 뿐.

이진 : 당신은 미친놈이야. 살아 있는 게 뻔히 보이는 데 죽었다니 말이 돼? 느껴 봐. 당신 심장도 뛰고 있잖아.


도와 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자신은 스스로가 지켜야 한다.
“혀를 깨물고 죽는 한이 있더라도 당신의 더러운 손이 내 몸에 닿게 하지는 않을 거야.”
말을 내뱉는 것과 동시에 날 듯이 침대 위로 뛰어올라 냅다 테이블 위에 있던 나이프를 잡았다. 그녀는 두 손으로 그것을 쥐고 정민을 향해 찌를 듯 자세를 취했다.
진의 입가에 차디찬 미소가 떠올랐다.
“하지만 그 전에 당신부터 죽일 거야. 한 가지만 묻지. 이미 내 몸을, 나를 건드린 거야?”
“아니라고 하면 죽이지 않을 작정이야? 죽이겠다는 말을 여러 번 하는군. 좋아. 마음에 들어. 자, 망설이지 말고 찔러.”
두 팔을 벌린 정민이 진의 앞에 다가섰다.
“내가 못 찌를 것 같아? 그동안 무른 여자들만 상대했나 본데 난 그런 여자들과 달라.”
“많은 말을 할 필요 없잖아. 어서.”
정민의 붉은 눈동자는 타오르는 지옥 불을 연상케 했다. 그가 한 발짝 더 다가오자 나이프를 잡고 있는 진의 손이 요동을 치듯 떨렸다.
“죽음은 결코 두렵지 않아. 자, 어서 나를 자유롭게 해줘. 나를 찌르는 거야. 나를 죽이지 못하면 너는 내 것이 된다.”
정민의 속삭이는 듯한 음성은 최면 같은 효과를 내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너무나 편안해 보여 전혀 위협을 받고 있는 사람 같지 않았다. 모든 것을 통달한 사람처럼 정민은 눈을 감고 그녀에게 다가와 바로 코앞에 섰다.
“마, 말도 안 되는 개소리 하지 마.”
번쩍 눈을 뜬 정민이 진의 드러난 어깨를 손으로 잡았다. 그리고 그 순간 진은 자신을 보호하려는 본능으로 그의 왼쪽 어깨를 향해 나이프를 꼭 쥐고는 힘껏 찔렀다.
그것은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은 않은 일이었다.
끔찍한 느낌, 그것은 공포.
당한 사람은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비명도 지르지 않았건만 충격을 받은 쪽은 찌른 당사자였다. 자신이 한 짓에 놀란 진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나이프를 떨어트렸다.
“내, 내가 무슨 짓을…….”
서있기는커녕 숨을 쉬기조차 힘들었다.

필명 ‘민달’ 혹은 ‘민’.
피우리 카페와 로망띠끄 그레이프 방에 둥지를 틀고 거주.
‘금작화’, ‘당신과 함께라면’ 현재 연재를 쉬고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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