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무엇을 겁내는지 알고 있어.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도 겁이 나. 그것도 몹시.”

진영이 뜻밖의 고백에 놀라 그를 쳐다보았다. 그의 눈동자 깊은 곳에 슬픔이 묻어나고 있는 것을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카일이 그녀를 향해 슬픈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나는 사랑을 혐오하는 사람이야. 여자를 사귀었어도 내 욕망 때문이었지 사랑과는 거리가 멀었어.”

- 사랑을 혐오하는 남자, 카일 -


“어제 브루클린 브릿지에서 우연히 당신을 만나고 당신이 나를 잊지 않아 무척 기뻤어. 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 당신을 못 알아보았을지라도 내 영혼이 먼저 당신을 알아보았는지 처음 당신을 만나던 날부터 당신을 내 머리에서 떨쳐버릴 수가 없더군. 당신을 사랑해.”

진영은 목이 매여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그를 안은 팔에 더욱 힘을 줄 뿐.

“당신은, 당신은 행복했나요?”

진영이 떨리는 목소리를 겨우 가다듬고 카일에게 물었다.

“당신을 만난 순간부터 나는 행복했어.”

카일이 진영의 고개를 들어 그녀의 입술에 그의 입술을 겹쳤다. 두 사람의 열렬한 포옹에 감싸고 있던 모포가 스르르 모래위로 내려앉았다. 두 사람은 오래도록 그 자리에서 움직일 줄 몰랐다. 잔잔한 파도소리만이 그들을 감싸고 있는 별이 유난히도 총총한 밤이었다.

- 비슷한 과거의 굴레를 안고 사랑을 부정하며 살아가는 두 사람이 만나 사랑을 시작했습니다. -

[프로필]

마니주

하늘의 귀한 보배인 구슬이라는 뜻을 지닌 필명을 본명보다 더 좋아하는 여자.

오랜 세월 현실의 세계를 애써 외면하며 공상의 세계를 하릴없이 방황하다가 마침내 로맨스 소설의 세계에 안착한 이상주의자.

로맨스처럼 달콤하고 가슴 시린 사랑 속에 퐁당 빠지고 싶다는 원대한 소망을 출렁이는 뱃살 때문에 포기하고 대리만족으로 자판을 두드리며 지내는 대책없는 여인네


출간 예정작: 아프로디테 호, 레이몬드 마이 달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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